빅토리아의 비밀 -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들이 숨겨둔 이야기
이주은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기는 읽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팩션을 다룬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보다보면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이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뭔 상징과 은유와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놀라면서 말이다. 여기에 작가는 미술사의 한 시대를 다루면서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읽다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도 많이 만나게 된다.

 

일반 판형이 아닌 조금 더 큰 양장에 많은 분량은 아니다. 책 속에 나오는 그림들을 생각하면 글자도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해석과 그 그림들을 보다보면 알게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본다. 현대 미술과 달리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들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 그림 위로 눈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작가의 설명보다 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부분 첫 장의 시작은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 가는데 덕분에 상당히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약간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그림에 대한 해석이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역사와 시대와 이데올로기와 심리학 등으로 풀어져 나오면서 생각보다 깊게 몰입하고, 배우고, 깨닫게 되는 바가 많다. 또 간혹 1867년 한 해 동안 크리놀린 드레스에 의해 불타 숨진 여성이 3000명가량이고, 부상자가 2만 명이 넘는다는 놀라운 정보에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대단한 여성 잔혹사 아닌가?  

 

책 제목에서 말하듯이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다. 이 시기를 보면 신사의 나라라는 이면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억압과 두려움이 가득한데 위에 말한 드레스 사건 같은 억압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기득권 상실 등이 엿보인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에게 금욕을 요구하면서 몰래 딴 짓을 하는 남자들이나 성병에 대해 모든 잘못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뻔뻔함을 생각하면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담고 있는 상징과 은유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여성의 누드를 그리기 위해 의미를 부여한다든가 신화나 성경의 이야기를 끌어와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억눌린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을 보게 된다.

 

현대의 그림과 다른 분위기와 라파엘전파의 그림이 대부분이고, 특정 화가의 그림이 많이 나와 다양함을 즐기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생각보다 알찬 구성과 내용으로 읽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각 장과 소제목에서 나타나는 의미를 되새기며 그림을 보고 시대와 상징을 조금만 더 이해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부록처럼 나오는 빅토리아 미술 소장처와 시대 예술가에 대한 정보는 혹 영국을 여행하면서 미술관 등을 둘러본다거나 이 시대 소설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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