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음악
세오 마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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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단편 소설이 있는 소설집이다. 한 편 한 편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소설들이다. 어쩌면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끝장을 덮는 순간 따스한 기운이 다가온다. 이 작가의 소설을 두 번째로 만나는데 작가의 특징이 따뜻하게 세상보기인 듯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평범한 듯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소설은 좋은 휴식이자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다.

 

‘부드러운 음악’은 한 쌍의 연인 성립과 예상하지 못한 과거를 나타내면서 약간 밋밋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왜 그 귀여운 여자가 자신같이 평범한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나부터 시작하여 사귀면서 서로가 느끼는 편안한 감정과 여자친구의 집에서 알게 되는 비밀이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준다. 하지만 이 반전보다 마지막에 연주되는 클립톤의 ‘티어스 인 헤븐’의 합주가 더 찡한 느낌을 준다.

 

‘시간차’는 황당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불륜 상대에게 자신의 딸아이를 부탁하고 아내와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난 남자의 애인 이야기다. 8살 아이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인데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시간은 그냥 흘러간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신경 쓰고, 여자는 이상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하다. 마냥 시간을 보내기보다 밖으로 나가 움직이기를 여자가 원하고, 아이가 친할아버지를 보러가길 바라면서 여자는 불륜남자의 아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부딪히는 진실에 상대의 대변자인 듯 반응하는 모습과 집안의 시계를 늦추어놓은 이유는 묘한 대립과 여운을 준다.

 

마지막 ‘잡동사니 효과’는 잊고 있거나 신경 쓰지 않은 것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동거녀가 홈리스를 데려와 며칠을 보내는 이야기지만 어색한 분위기와 상황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일상에 변화가 오면서 생기는 조그마한 변화가 즐겁다. 습관처럼 그냥 한 행동이나 일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는 순간이나 틀렸지만 달려야 할 때 달리는 일 등은 우리가 알지만 행동으로 쉽게 옮기지 못하는 것들을 떠올려준다.

 

많지 않은 분량에 복잡한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읽고 난 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삶에 지치고 사람에 치인 사람들이면 이 소설이 주는 조그마한 따스함이 좋은 안식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분량도 아니니 힘들지도 않다. 조용한 음악과 따스한 차 한 잔을 들면서 책에 조용히 빠져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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