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르타의 태양 - 제101회 공쿠르 상 수상작
로랑 고데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이 책을 읽었다. 책을 구입한 것이 작년이었다. 왠지 어려울 듯한 느낌에 잠시 미루어뒀다. 한 번 뒤로 밀린 책들 중 몇 권은 긴 시간 동안 다른 책의 무게 아래에서 힘겹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지만 나의 시선이 오래 머물지도 손이 나가지도 않는다. 쌓아놓은 책이 넘어진 사이에 이 책은 그 자태를 드러내고 나는 여행의 길에서 읽기 위해 가지고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읽기 시작하여 모두 읽은 지금 긴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 아마도 뜨거운 태양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스코르타 가족의 5대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3대인 카르멜라다. 1대인 좀도둑 루치아노나 2대인 대도둑 로코가 아닌 로코의 딸 카르멜라다. 엄청난 부를 도둑질로 이루었지만 자식을 가난뱅이로 만든 아버지 때문에 3남매는 빈손으로 아메리카로 향해 떠나지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몬테푸치오의 인력에 끌려 다시 돌아온다.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다. 이 삼남매와 함께 자랐고 나중에 스코르타 가족이 된 라파엘 등 이들의 삶과 카르멜라의 아들들이 보여주는 삶은 간결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 배후에 언제나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품어내면서.

 

5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운명이라는 단어와 태양의 열기가 한데 뒤섞여 묘한 울림을 전해준다. 태양의 열기 사이로 살포시 보이는 올리브 나무들이나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하다. 운명과 광기에 의해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나의 몸속에 꿈틀거리는 열정과 활기가 느껴진다. 억세고 투박하며 강렬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섬세하고 우아하고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 원시적인 생명력이 끊임없이 샘솟는 듯하다. 자신들에게 닥쳐온 삶의 어려움과 과감하게 부딪혀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언제나 경이감에 빠지게 한다.

 

책 앞 장에 나온 풀리아 지방 사진은 그 지역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첫 페이지에 나온 ‘땅은 화형에 처해지고 있다’는 문장은 이후 나오는 수많은 장면들과 연결되어 그 지역에 대한 인상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넘어 땅에 화형을 처하는 태양이라니 그 더위와 열기가 짐작가지 않지만 스코르타 가족의 삶을 보다보면 조금은 알게 된다.

 

조금은 어렵거나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그 태양의 열기에 노출되고 거의 끝 부분에 도달했음을 알게 된다. 5대라고 하지만 중심이 되는 인물을 위주로 그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삶의 핵심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더불어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문장의 섬세함보다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읽기에 편하고 지루함은 없다. 가끔 보여주는 인상 깊은 문장은 스코르타 가족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뜨거운 태양, 그 속에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을 맞게 된다면 스코르타를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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