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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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주제는 얼음이다.

232쪽의 얇은 책인데 참여한 자가들이 무려 여덟 명이다.

이중에서 문지혁과 심완선은 소설이 아니라 하이퍼 링크와 크리틱이다.

다른 여섯 명은 단편 소설로 참여했다.

여섯 작가 중 기존에 읽었던 작가는 네 명이고, 둘은 처음이다.

처음 만나는 두 작가는 박문영과 연여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두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도 관심이 간다.


곽재식의 <얼어붙은 이야기>는 죽음 직전의 상황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과 생존을 둘러싼 선택, 수조 개의 별들의 소멸.

이 선택보다 그가 들려주는 관료제의 문제들.

재치 있고, 유머스러운 이야기들이 재밌게 풀려나온다.

구병모의 <채빙>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모르는 무엇이 문명이 파괴된 후의 세계를 보고 듣는다.

뜨거워진 지구, 생존을 위한 얼음 채취, 신격화된 존재와 꽃 한 송이.

그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고조시킨 후 낭만적으로 마무리한다.


남유하의 <얼음을 씹다>는 아주 잔혹하고 참혹한 소설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미래,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시체를 식량으로 삼는다.

남편이 죽고, 아이가 죽은 후 그 음식 먹기를 거부한 엄마.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얼음을 씹는 장면은 허기와 갈증에 무너진 인간의 참혹한 모습이다.

박문영의 <귓속의 세입자>는 제목 그대로 귓속에 머문 존재가 나온다.

우연히 마주한 후 주인공 해빈의 귓속에 머물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축구광 사장에 이끌려 이탈리아 월드컵 경기를 참관하게 된 해빈.

응원의 열기, 홀로 있고 싶은 마음과 멈추어버린 시간.

과연 이 소설처럼 한국이 20년 안에 월드컵 4강에 가는 것일 가능할까?


연여름의 <차가운 파수꾼>은 기후 변화로 생긴 동토의 파괴 이후를 다룬다.

차가운 대지에 새워진 건물이 기후가 뜨거워지면서 기초가 붕괴된다.

이런 현실에서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물의 비밀은 지하 2층에 있는 미지의 존재.

여기에 노이와 이제트의 친구 관계, 노아와 지하 2층의 존재와의 관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고민되었다.

천선란의 <운조를 위한>은 낯설다.

운조의 행동이 나온 후 현실의 세계로 잠시 돌아온다.

폭설로 막힌 길, 자신이 받은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심정, 노화로 죽어야 할 반려동물을 냉동하는 인간.

그러다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세계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낯선 세계와 운조의 직업을 살린 출산. 그리고 알 수 없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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