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클래식 라이브러리 1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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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제1권이다.

2019년에 낸 책의 개정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유명한 사강의 첫 소설이다.

아마도 오래 전 다른 번역으로 읽은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사강의 소설들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데 솔직히 예전에 읽었던 책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다만 젊을 날의 내가 사강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프랑스 소설 고전의 반열에 올라간 이 소설을 다시 읽어도 좋다.


이 책은 원작의 번역과 사강의 이 소설에 대한 에세이와 사강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강의 삶에 대한 해설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강의 삶을 좀더 잘 알게 해주었다.

마약, 스캔들, 자동차 등으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삶을 다르게 보게 한다.

이 에세이와 해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 한 천재 문학 소녀에 대한 예찬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18세 소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놀란다.

명확한 문장과 10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 묘사 등이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특히 자신의 욕망에 휘둘리면서 타인을 조종해 욕망을 이루려고 하는 모습은 작은 악마와 같다.

하지만 이 감정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몰라 생긴 것이다.


40대의 아버지 레몽, 아버지의 젊은 연인 엘자, 대입에 실패한 딸 세실.

이 셋은 바닷가로 긴 휴가를 떠난다.

세실은 이곳에서 법을 공부하는 이십 대의 시릴을 만난다.

그와의 관계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 놓여 있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큰 파문이 일어난다. 바로 엄마 친구였던 안의 등장이다.

안은 한때 세실을 돌봐주었고, 지적이면서 도덕적인 여성이다.

감각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다.

안에게 끌린 아버지는 그녀와의 결혼을 말한다.

당연히 엘자는 더 이상 이 휴가 저택에 머물 이유가 없다.

세실의 못된 장난과 살짝 뒤틀린 감정은 아버지의 질투를 유발한다.


굳건한 사랑과 진솔한 삶을 살았다면 이 질투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안을 불러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아버지와 딸을 내세워 이야기를 계속 풀어간다.

안은 세실의 대입 시험을 위한 공부를 독려하고, 안에게 빠진 아버지는 아직 그 욕망을 다 채우지 않았다.

안은 세실이 시릴을 만나는 것도 반대한다. 어쩌면 이 반대가 세실의 나쁜 생각을 불러왔을 지 모른다.

그녀의 계획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간단하다.

하지만 자신이 젊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중년을 뒤흔들기는 충분하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세실은 자신의 잘못을 말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것을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비극적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살 혹은 사고?

이 비극은 그녀에게 깊은 슬픔을 전해준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이 슬픔에 안녕을 고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과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열여덟 소녀가 이런 감정을 이런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했다니 대단하다.

솔직히 얼마 전에 읽었던 후기 소설보다 이 첫 소설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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