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오리지널 22
정이담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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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22권이다.

기존에 읽었던 안전가옥의 소설보다 분위기가 더 무겁다.

끈적거리고 음습한 기운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그 끈적거림과 뒤틀린 일상과 비현실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로맨틱 스릴러란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주인공 미옥의 심리 묘사가 주요한 부분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 너머의 환상이 사실처럼 가공되어 나타난다.

그때 담긴 감정은 사랑이란 표현보다 집착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미옥은 팜 파탈 전문 배우로 전성기를 지냈다.

그녀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의 제목이 <상사뱀>이다.

한 번 낙인 찍힌 연기는 그 이후로 반복된다. 그리고 인기 배우에게는 많은 시나리오가 온다.

그 중 한 편이 <사의 찬미>다. 이 시나리오의 감독이 영현이다.

소속사는 반대하지만 미옥은 이 시나리오에 끌린다.

감독을 만난 후 그 감독에게 빠진다. 둘의 사랑은 미옥의 시선 속에서 왜곡된 채 표현된다.

이 왜곡된 시선은 이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바로 잡아지지 않는다.


헤어진 사랑과 점점 인기를 잃어가는 배우와 재벌가 의사의 결합, 아니 결혼.

미옥은 자신 앞에서 순진한 20대처럼 몸을 떠는 철중에게 살짝 미끼를 던진다.

미옥보다 10살 이상 많은 철중은 자신의 욕망 대상이었던 존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다.

3번의 결혼 실패. 철중의 이혼 경력이다. 그리고 그는 이브 그룹의 아들이다.

재벌가로 들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 않다. 하지만 미옥은 뛰어난 연기자다.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 뒹군 그녀는 시부모의 마음을 쉽게 얻는다.

문제가 되는 이는 시누이다. 미옥이 결혼해서 아들이라도 낳게 되면 상속의 큰 경쟁자가 된다.

사랑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음습한 욕망들이 충돌한다.


연예계의 은퇴가 쉬울 리가 없지만 재벌은 이것을 생각보다 쉽게 처리한다.

재벌가에 안착했다고 그 삶이 쉬울 리 없다.

치열한 견제와 남편의 질투심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미옥은 이제 결혼 생활 자체를 연기한다. 이것은 이 소설의 구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녀는 철중의 이전 아내들처럼 창고에 대한 호기심을 지우지 못한다.

철중은 이전 아내들과 문제가 있으면 언제나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갈아치웠다.

이 와중에 단 한 사람만 그대로 있었다. 바로 남자 정원사다.

그는 철중에게 충성한다. 하지만 미옥은 그에게서 도둑의 흙냄새를 맡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한 그녀의 은밀한 시도가 이어진다.


비밀의 장소 창고. 남편이 절대로 가지 말라고 말하는 공간. 그래서 더욱 의문스럽고 매혹적인 공간.

창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도는 배우의 화려한 연기까지 필요없다.

미옥은 비밀을 하나씩 알아내고, 그 공간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예상 외의 것들이다.

처음에는 그 토르소 등이 실제 사람이란 잔인한 생각도 했다. 아니었다.

철중의 욕망이 투사된 공간이자 그를 유명하게 만든 피부 미용 앰플의 제작 보관소다.

철중은 자신이 뱀에게서 추출하고 배합한 앰플을 아내 미옥에게 먼저 실험한다.

그 앰플은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원하고,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여동생은 대량 생산하고 싶어한다.


이런 외부적인 상황과 다르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영현에 대한 미옥의 집착과 환상이다.

헤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미옥은 영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환상을 만들어낸다.

집착은 상황은 오해하게 하고, 환상이 현실처럼 다가온다.

미옥이 들려주는 영현의 이미지는 뒤틀리고 왜곡되었다. 의심스럽지만 확인은 나중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천천히 밝혀지는 미옥의 과거사. 섬뜩하지만 현실과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3자의 시선으로 미옥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한 번 나오는데 그 또한 왜곡된 시선이다.

그녀의 탁월한 연기와 상황들이 뒤틀린 결론으로 이어지게 했다.

뱀에 대한 이미지, 독사, 죽음, 환상 등이 한 여성의 삶과 엮이고 섞이면서 비릿한 흙냄새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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