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1~3 세트 - 전3권 에세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심민화.최권행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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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몽테뉴의 <수상록>이란 문고판을 읽은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하고,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해서 읽었었다. 어려웠다.

고전에 대한 환상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던 시절이라 도전했었다.

솔직히 말해 실패였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역시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방대한 분량과 고전을 인용해서 풀어낸 글들이 역시 쉽지 않다.

거의 2000쪽에 달하는 분량에, 세월에 의해 덧붙여진 내용들이 단숨에 읽는 것을 방해한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나의 독서법과 잘 맞지 않고, 그가 풀어낸 주장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옮긴이의 말’은 꼭 읽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수상록>으로 한 권 정도의 책으로만 알고 있던 나 같은 독자에게 이 책이 어떤 책이 살짝 알려준다.

‘10년의 번역, 5년의 검수’란 소개가 거짓이 아니란 것을 일기 시작하자 마자 알게 된다.

보르도본과 A, B, C 표식에 관한 것도 오랜 세월에 걸친 수정의 결과다.

당연히 이런 부분을 모두 실었는데 덕분에 나 같은 독자는 더 어렵게 읽을 수밖에 없다.

그냥 한 번에 읽으면 되는데 이런 표식이 있으면 괜히 지엽적이 것들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왜 제목을 익숙한 <수상록>이나 ‘에세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말한다.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도 검색하면 <몽테뉴의 수상록>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들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분량에 다양한 저자의 생각들은 피상적인 에세이의 이미지를 단숨에 박살낸다.

얼마나 풍부한 자료가 이 글들 속에 담겼는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역사와 고전 등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을 찾아내어 글 속에 풀어놓는다.

대부분 낯선 이름과 역사들이다. 그 시절 역사와 고대사를 모르면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다.

각 글들의 분량은 또 어떤가? 모두 제작각이다.

짧은 글은 2쪽으로 끝나고, 긴 글은 거의 300쪽에 가까운 분량이다.

이런 분량에 대한 정보를 모른 책 읽다 보면 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가 많다.

지루하거나 전혀 이해되지 않는 내용일 때 더욱 그렇다.


처음에 책의 목차 순서대로 읽었다. 습관적이고, 조금 안이한 접근법이었다.

1권을 3분의 1정도 읽었을 때 역자들의 말이 떠올랐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그 말.

관심이 가는 제목에 우선 눈길을 주었다.

<말의 공허함에 관하여>에서 수사학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과 “로마에서 웅변술이 번성한 것은 사태가 최악이었던 때, 내전의 폭풍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때였다.”란 문장이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고대인의 검소함에 관하여>에 나오는 나의 상식을 살짝 깨트렸다.


<주벽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책에 관하여>을 읽다가 “이 에세들은 나의 변덕스러운 생각이요, 그것들을 통해 내가 하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해 알게 하려는 것이다.”라는 문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읽다가 어려운 부분을 만나도 나는 손톱을 물어뜯지 않는다. 두세 번 공략해 보다 내버려 두고 간다.”라고 할 땐 나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두세 번의 공략이란 것이다.

<레몽 스봉을 위한 변명>은 가장 긴 장이자 몽테뉴 사상적 변전의 중심축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몽테뉴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병법에 관한 고찰>에서 카이사르를 ‘군사술의 진정한 최고 수호 성자’라고

말한다.” 낯선 표현이다.


이 책에 대한 극찬들을 읽다 보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글들이 보인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에 대한 이해도 차이일 것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시 몇 구절에 관하여>는 베르길리우스의 시들보다 다른 시들이 더 많이 인용된다.

개인적으로 ‘철학’에 대해 쓴 글들이 더 나의 시선을 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글도 보인다.

<헛됨에 관하여>에서는 “헛됨에 고나해 이렇게 헛된 글을 쓴 일보다 더 확실하게 헛된 것은 아마도 없으리라.”라고 적었지만 분량이 100쪽이 넘는다. 뭐지?

<외모에 관하여>에서 자신을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을 보면서 잠시 고민한다.

이 글을 쓰면서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냥 대충 훑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조금씩, 한 장씩, 혹은 이해되지 않는 내용은 내버려둔 결과다.

언제 다시 조금씩 읽으면서 기억과 지식을 새롭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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