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월드 영 월드 1
크리스 웨이츠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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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미국의 각본가, 프로듀스, 감독이다. 솔직히 말해 최근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영화 제목을 보면 아주 낯익다. 그리고 이 책소개에 나오는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 등은 영화로 본 적이 없다. 소설도 읽은 적이 없다. 집에 책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관심이 생긴 것은 전염병으로 어린이와 어른은 모두 죽고 청소년만 살아남은 세상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굉장히 범위를 좁혀 놓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의 설정대로라면 인류는 몇 년 안에 멸종할 수밖에 없다. 실제 도입부에 워싱턴스퀘어의 리더 워싱턴이 나이가 차면서 죽는다. 아주 암울한 세상이지만 이 암울한 세상에서도 작은 희망과 각자 자신들만의 삶을 꾸리는 무리들이 나온다.


형 워싱턴이 죽으면서 제퍼슨이 워싱턴스퀘어의 무리를 이끈다. 형이 죽는 날 업타운의 무리들이 돼지를 끌고 와 여자 둘과 바꾸자고 한다. 이 무리에겐 황당한 일이다. 업타운 무리와 실랑이가 벌어지고, 돼지는 죽는다. 업타운 무리는 떠나고, 워싱턴스퀘어 무리는 이 고기로 오랜만에 파티를 한다. 즐거운 일이지만 워싱턴의 죽음이 그들의 현실을 일깨워준다. 제퍼슨은 미래를 꿈꾼다. 이 무리의 브레인인 브레인박스가 전염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논물에 대해 알고 공립 도서관에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라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고 쉽게 갈 수 있지만 이젠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수많은 집단의 위협 속에 놓인다. 조각 조각 나누어진 무리들이 자신들만의 구역에서 암울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간다.


소설은 두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두 시점은 제퍼슨과 제퍼슨의 소꿉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인 돈나다. 제퍼슨은 이야기꾼이자 적은 희망도 버리지 않는다. 돈나는 총을 든 저젹수이자 활발한 소녀다. 브레인박스는 뛰어난 과학 실력을 바탕으로 워싱턴스퀘어의 전력 등을 만든다. 그의 지식이 이 무리에 큰 힘이 되지만 미래까지 책임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지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현실의 몇몇 장면들은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사회 기반 시설이 무너진 세상에선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필요 지식이다. 실제 전투 등에서는 거의 무력하지만 그의 지식이 빛을 발할 때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는 청소년들이 모르는 과학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른들이 모두 전염병으로 죽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대목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떠올랐다. 2014년에 출간된 소설임을 감안하면 초기 미국 뉴욕의 대처와 상황이 이 소설 속 장면 일부와 맞닿아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보여주는 장면은 각각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선택에 의해 나누어진다. 공립 도서관에 사는 유령 같은 아이들이 보여준 삶의 방식은 참혹하다. 강력한 무기도 없고, 농사 지을 땅도, 힘도 없는 이들이 선택한 생존 방식 중 하나가 드러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 도착한 제퍼슨 일행을 공격하는 이들이 나오는데 바로 업타운 무리다. 이들의 공격으로 제퍼슨이 타고 온 차량은 불탄다. 이제 이들은 도보로 움직여야 한다.


이후 제퍼슨 일행이 걸으면서 처음 이 전염병이 퍼진 섬으로 가려고 한다. 160킬로미터다. 과거 차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이젠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가는 도중에 만날 무리들이 얼마나 호의적일지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곳곳에서 만나는 이 무리들이다. 각각의 무리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무리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제퍼슨 일행 각자의 능력과 개성도 이야기 속에 적절하게 녹아들면서 소소한 재미를 만든다. 미국의 현재 모습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재밌는 점은 제퍼슨 형제가 혼혈이고, 피터는 혼혈이고, 시스루로 불리는 작은 소녀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경험하고 말하는 과거와 현재는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된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다음 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어떤 식으로 이들의 미래가 이어지고,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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