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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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책소개를 읽고 내 머릿속은 이 다섯 명의 목격자들이 각각의 의견을 내놓는 설정을 그렸다. 실제 읽으니 두 사람의 화자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두 명은 그 사건의 목격자 중 한 명인 젠과 그녀의 친구인 벡스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화자로 등장할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읽었지만 끝까지 둘만 나온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감정 등은 한때 언론인이었던 젠의 이야기 속에서 나온다. 이 교차하는 시선 속에서 어떤 대목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 지루한 장면도 나중에 반전으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범인과 그 범인의 심리 상태는 서늘함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빌드 업이 탄탄하게 진행되는 소설이다.


젠은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컬럼을 썼었다.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사실적이고 개인적이고 솔직함이 대중에게 먹힌 것이다. 높은 연봉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어느 날 한 방에 무너진다. 그녀의 진솔함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말이다. 이런 사실과 함께 5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 친구 로렌스와 헤어진다. 그녀에게 나쁜 일이 점점 많아진다. 이런 현실 속에 최악의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밸런타인데이에 자신의 눈앞에서 연인이 싸우고, 남자가 여자를 죽인 후 자살한 것이다. 소설의 첫 부분은 런던의 명소에서 벌어지는 이 살인 자살극을 직접 보는 것이다. 이때 이 장면을 함께 본 사람들이 다섯 명이고, 조깅하던 한 남자는 이 장면을 보고 달아났다. 만약 그가 자살한 남자 댄을 제이미와 힘을 합쳐 막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참혹한 살인과 자살 현장을 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있었던 사람들은 젠, 댄을 막으려고 한 제이미, 국회의원 줄리아, 살인 순간에 자고 있던 수련의 아예사 아메드와 소년 스티븐 등이다. 이상하게 목격자 중 한 명인 제이미의 연인 알렉스는 빠져 있다. 하지만 알렉스는 이 장면들을 찍고, 촬영했다.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진을 찍고 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촬영물 중 하나에서 중요한 장면 하나가 나온다. 그것은 달아난 남자의 얼굴이 얼핏 잡힌 것이다. 젠은 그 남자가 누군지 금방 안다. 당연한 일이다. 5년이나 사귄 남친 로렌스다. 하지만 이 영상을 들고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이 사실을 부인한다. 수상하다.


벡스는 대학 신입생 때 젠을 만났다. 젠은 자신의 부모님이 교통 사고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벡스의 부모님도 돌아가셨기에 어색해하는 젠을 도와준다. 그렇게 둘은 평생의 친구가 된다. 이 둘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시기는 벡스가 세계여행을 할 때 뿐이다. 젠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언제나 벡스가 도와줬다. 로렌스와 헤어져 폭식증에 빠진 그녀를 도와준 것도 벡스다. 높은 수입을 받던 칼럼리스트 젠은 실업자가 되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때 그녀를 도와준 인물은 전직 언론인 페넬로페다. 페넬로페의 큰집에서 싼 월세로 그녀는 현재 살고 있던 중이다. 이때 한 통의 SNS 메일이 온다. 단순한 살인 자살 사건에 다른 진실이 있다고. 페넬로페는 이 사건을 더 깊이 파고들어 기사나 책으로 내놓아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만 팔아 온 젠에겐 낯선 일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선택사항이 별로 없다.


젠은 사건 당시 목격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개인사와 함께 그날의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본 것과 별로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만남은 아주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알렉스의 동영상이나 달아난 소년의 정체 등이 나중에 하나씩 밝혀지면서 천친히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살인 자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딸과 아들에 대한 솔직하고 사랑 가득한 말들은 그 참혹한 현장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젠은 자신이 취재한 사실을 벡스와 페넬로페에게 말한다. 선배 기자인 페넬로페는 좀더 열정적으로 이 사건을 파고들라고 말한다. 그러다 피해자 비키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이 사실은 젠만 비키의 부모에게 들었던 정보다. 누가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을까? 젠은 페넬로페를 의심한다.


현실 속에서 젠은 불안과 의심 가득한 삶을 이어간다. 그녀를 스토킹하듯이 메시지를 보내는 인물은 또 어떤가! 고조되는 불안감은 긴장감을 불러오고, 어느 순간 하나씩 쌓아올린 이야기는 벡스의 과거사가 흘러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때부터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하면서 혹시 다른 반전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나의 의심이 사그라든 그 순간 예상하지 못한 사건 하나가 터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작가는 왜 이런 사건을 일으켰는지 그 이유를 말한다. 이것은 과거와 이어져 있다. 내가 마지막까지 읽은 후 이 소설 전체의 평가가 좋은 쪽으로 흘러간 것도 이런 약간은 더디지만 확실하게 쌓아올린 서사들 때문이다.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이지만 다섯 명의 목격자들의 삶을 녹여낸 부분도 상당히 좋았다.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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