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son Lake Road 크림슨 레이크 로드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2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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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빠르게 후속작이 나왔다. 1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다. 반가운 일이다. 소설을 다 읽은 후 첫 느낌은 전작보다 좋다는 것이다. 이전 글을 찾아보니 더 풍성한 이야기를 위해 후속작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야기도 전편보다 간결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악은 그대로이고, 더 무시무시한 일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전편에서 깔아 둔 이야기 하나는 예상한대로 흘러가는 듯하면서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FBI 특별요원 케이슨 볼드윈의 여자 친구가 임신한 사실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이야기에서 다루어지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소녀의 실종 등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깔끔하게 소설이 나왔다. 물론 예상한 범인은 그대로라 조금 아쉬웠다.


연방 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검사를 사직하고 한적한 동네 변호사가 될 계획이다. 이때 FBI요원 볼드윈과 개릿 형사가 크림슨 레이크 로드란 황폐한 지역에서 죽기 직전의 피해자를 구출한다. 그녀는 요가 강사 안젤라 리버다.  4주 전 이 동네에서 캐시 파르가 성폭행과 구타 끝에 살해당했다.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이 야들리에 의해 밝혀진다. 화사 샤프롱의 죽음 4부작 그림 속 장면과 같은 모양이란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두 명의 피해자가 더 나올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 업무는 야들리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연방 검사직을 그만 두었고, 업무 인수인계 중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은 것도 아니다. 검사직이 끝나는 날까지 그녀는 이 일에 매달린다.


운 좋게 살아남은 리버는 빠른 육체적 회복을 보여주지만 불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야들리와 처음에는 검사와 피해자로 만났지만 어느 순간 둘은 좋은 친구가 된다. 죽음 바로 앞에서 돌아온 리버와 연쇄살인범의 아내였던 야들리의 만남은 서로를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 시간은 우정이란 이름으로 쌓여간다. 딸 타라가 처음 본 엄마의 친구다. 이들의 만남은 한정된 시간 속에 있다. 바로 야들리의 이사 때문이다. 그러다 리버가 동거하는 남자 친구 내과 의사 마이클 재커리 집에 간다. 멋진 집이다 타라와 함께 갔는데 비어 있는 수영장이 있다. 리버는 타라에게 이 수영장을 이용해도 된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 타라는 친구들과 놀러 오고, 야들리는 집안에서 연쇄살인의 단서를 발견한다.


야들리가 퇴직을 준비할 때 볼드윈은 캐시 파르의 딸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현장에 간다. 실종일까? 아니면 가출일까? 피해자 캐시의 남편 터커 파르는 얼마 전 감옥에서 나왔다. 그의 딸 하모니의 실종 사건으로 18년 전 사건이 드러난다. 그는 열네 살 된 수 엘렌 존스를 납치한 적이 있지만 절사상의 문제 등으로 풀려난다. 당시 수 엘렌 존스의 오빠가 이 장면을 보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터커만 세워놓고 지목하는 행위가 문제되면서 풀려났다. 이런 절차 상의 문제는 사법 사건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항상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들이 용의자 등을 잡을 때 미란다 원칙을 꼭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절차와 법적 허점을 파고드는 대목을 이 소설은 하나 더 보여준다. 마이클 재커리가 용의자로 잡혀 연방 대배심 심리를 할 때다.


마이클 재커리 집에서 발견된 증거물들은 그가 범인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아 성공하고자 하는 변호사는 능력 있고 상대방의 허점을 아주 파고든다. 이 소설의 법정 장면은 읽다 보면 변호사의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록 너무나도 분명한 증거물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치열한 법정 싸움은 최대한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리버를 발견할 당시 FBI요원과 형사의 진술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형사와 경찰의 차이점과 허술하게 관리되는 개인 의학 정보 등이 드러난다. 물론 전작처럼 능력보다 남성 우월주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된다. 능력 없는 조직의 장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소설에서 타라의 활약이 조금 나온다. 전편에서 아빠와 만나 그녀 속의 악이 발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엄마가 그녀에게 화학적 정보를 요구했을 때 바로 답을 내놓거나 아빠의 그림을 몰래 거래할 때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은 서늘하고 아주 멋지다. 아빠가 사프롱의 그림을 보고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챈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계속 읽다 보면 추악하고 잔혹한 사실과 마주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무서운 현실이다. 법 절차의 중요성과 예산 문제 등이 살짝 흘러나오는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야들리의 고뇌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나의 기다림이 엮인다. 다음엔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법정은 또 어떻게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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