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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머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이크 큐라토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2년 6월
평점 :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에프 그래픽 컬렉션]의 신작이다. ‘람다 문학상’과 ‘골든 카이트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솔직하게 말해 이 상들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검색하니 람다 문학상은 LGBT 문학상이고, 곤든 카이트 상은 어린이 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더 많은 내용이 나오겠지만 여기서 멈추자.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는 의미는 이 그래픽노블에서 게이를 다룬다는 것이다. 최근 LGBT 문학을 다룬 작품들이 대중 속으로 퍼지고 있고,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성과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1995년이다. 이때는 아직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강할 때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 당시는 더 심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담은 자전적 요소가 있다.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그래픽노블이다. 이 이야기에서 한 소년 에이든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다. 남자들만 모인 보이스카우트 캠프가 공간적 배경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 전에 참여한 캠프인데 이야기 속에 학교 폭력 등이 나온다. 에이든은 중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와 이 캠프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잘 모르고 있다.
아이들의 장난과 농담 속에는 혐오의 표현들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다.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아직 이 시기는 그 정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남자 아이들이 장난치는 장면에서 게이란 표현이 나오고, 혐오의 감정이 깔려 있다. 친구끼리 장난칠 때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순간들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다. 아이들의 저질 장난에 동조하면서 웃는 아이들과 불편한 감정으로 이 상황을 보는 에이든의 모습은 앞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암시와 같다. 그리고 착하고 멋진 일라이어스의 존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에이든은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그의 외모를 비하하는 행동이 나온다. 이 혐오 감정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친절한 일라이어스는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에게 자꾸 시선이 가게 한다. 일리이어스 입장에서는 진한 우정을 생각했지만 어느 날 에이든의 돌발적 행동으로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다. 이 감정은 에이든도 마찬가지다. 기존 가치관에서 동성애는 문제가 많다. 자신이 남자에게 끌린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을 혐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 펜팔 친구 바이올렛에게 이 감정을 표현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아 더 불안하다. 절친의 의미로 나눈 팔찌도 버려지면서 이 감정은 더 심해진다.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나의 불안감도 커진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속내를 마음 놓고 터 놓은 바이올렛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 혼란과 두려움과 불안과 절망과 자기 혐오 속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한다. “설령 그 모두가 너를 버렸다 해도… 너는 너 자체로 충분히.”라고. 이 문장은 이 상황 이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공포와 불안감을 끝없이 조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말이다. 있는 나 자체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더 신경 쓰면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 “두려움과 희망은 우리의 마음속에 자신의 결함, 존엄함과 더불어 다 같이 묶여 있다.”고 말한다. 에이든에게는 이 위험한 순간 좋은 친구가 옆에 있다. 정말과 공포 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른다. 거칠고 간략한 선으로 그림을 표현하고 있지만 구성이나 곳곳의 배경이 상당히 섬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