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 창비시선 463
이근화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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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전 시집은 읽은 적이 없다. 최근에 한국 시인들의 시집을 다시 읽고 있다. 낯선 것은 당연하다.

며칠 동안 조금씩 읽었는데 뭔가가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첫 시 ‘악수’를 읽을 때 악의 한자가 무엇인가 궁금했다. 惡인지 握인지.

일상을 풀어내고, 귀신 이야기가 나오고, 고양이가 한몫 거든다.

엄마의 말실수가 한 편의 시(<1918>)로 탄생하고, <건전한 시민으로서 골목길에 애완견의 배설물을 방치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문에 기대지 않으며 소방도로에 주정차하지 않고 대피로에 사유물을 적치하지 않으며 야간에 피아노를 두들기지 않고>와 같이 긴 제목의 시도 있다.

“빈 화분에 물을 주며/ 나는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최선을 다해 말라간다”(<빈 화분에 물 주기>부분)고 할 때 가슴 한 곳이 아렸다. 가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름이 말라가는 사람들”(우리는 영원히> 부분)을 읽으면서 내 휴대폰 속 수많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에서 “혼자 기고 긴 산책을 합니다/ 멀리서 책을 한권 또 주워 왔습니다” 했을 때 열심히 책을 모았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좋은 이웃들>은 읽으면서 괜히 뜨끔했다. 우리 애가 얼마나 힘차게 아파트 바닥을 굴리는지 알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삶>에서 “세상은 어려운 참고서 같고, 다 보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빨리도 지나간다”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부가 시집 제목으로 ‘검고 매끄러운 가능성’을 뽑아주었다고 하는데 알다시피 시인이 생각했던 제목이 선택되었다. 솔직히 이 두 제목 모두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읽을 때 느낀 점이 사라진 후 이 글을 쓰면서 대충 훑어보니 생각하지 못한 문장에 끌리는 나를 본다.

한때 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점점 더 무너진다. 다시 열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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