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자서전 My Life in Red and White
아르센 벵거 지음, 이성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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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즐겨 보지는 않는다. 가끔 시간 나면, 혹은 손흥민의 경기가 있으면 보는 정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해외 축구 정보를 꾸준히 찾아본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경기를 보면서 재미가 어느 정도 든 모양이다. 그리고 아스널을 생각하면 책에서도 나왔지만 그들의 무패우승과 티에리 앙리가 떠오른다. 앙리가 ‘무한도전’에 나와 어리둥절해하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그 당시만해도 앙리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최근에 가장 EPL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는 기사를 봤다. 책 부록에 나온 아스널 기록을 보면서 놀란다. 대단한 득점력이다.


앙리를 떠올리면서 아르센 벵거의 위대함을 몰랐다면 나의 축알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축구에서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축구보다 야구를 훨씬 더 좋아하고 즐겨보는데 야구는 감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한 종목이다. 축구가 점점 더 상업적으로 변하고, 높은 주급을 받게 되면서 유명 선수들과 함께 높은 연봉을 받는 감독들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축알못이지만 이제는 왜 그들이 그런 연봉을 받는지 이해한다. 감독들이 상대방에게 이기기 위해 어떤 전술을 짜고, 어떻게 선수들을 내세우는지, 선수 교체 타이밍과 왜 바꾸는지도 조금씩 이해한다. 이 책은 한 위대한 감독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 이해의 깊이를 더해준다.


솔직히 말해 벵거 감독이 프랑스 사람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책의 제목도 그가 뛰거나 감독한 팀들이 입은 유니폼 색과 관련 있다. 벵거 감독은 엄청나게 긴 세월 동안 한 팀의 감독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제외하면 그 다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시대에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이다. 여기에 책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천적 무리뉴 감독까지 더하면 그가 그 기간 동안 이룬 대단한 성적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엄청난 선수들과 유명 감독으로 무장한 팀마저도 계속적으로 1위를 하지 못하는 EPL을 생각하면 1위를 하지 못한 것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성적이다. 물론 늘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두툼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 속에는 그가 걸어온 인생이 담겨 있다. 출생부터 어린 시절과 선수의 추억과 어떻게 감독이 되었는지 등이 나온다. 지금과 사뭇 다른 상황의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정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얼마 전 영국의 한 팀이 토트넘과의 경기 결과로 몇 년 동안 운영할 자금을 얻었다는 기사를 봤기에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부 리그 선수들은 열정은 가득하지만 자금 부분은 상대적으로 많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금이 풍부하지 못한 팀은 저비용 고효율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벵거의 아스널이 지속적으로 유지했던 정책이다. 새로운 축구장을 짓고 그 비용을 모두 상환했다는 자랑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미 프로야구에서 <머니볼> 신드롬을 불러온 오클랜드 어슬래틱스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르센 벵거하면 자연스럽게 아스널이 떠오르다 보니 그가 일본 나고야팀 감독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온다. 그 당시 이미 젊고 재능 있는 감독이자 유명한 클럽으로 감독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흥미로운 점이다. 그리고 그가 EPL 감독이 될 당시만 해도 외국인 감독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도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그가 아스널 감독을 하는 사이에 구단들은 외국 자본에 팔려 나갔고, 유명한 외국 감독들이 취임했다. 그 감독들 대부분은 성적 부진의 이유로 몇 년을 머물지 못했다. 이것은 상위권 팀의 경우에 더 심하다. 가끔 현 맨시티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가 음식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사를 보는데 EPL에 식단 조절 등의 시스템을 가져온 인물이 아르센 벵거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스카우팅 시스템과 데이터를 이용한 것 등이다. 이렇게 좋은 시스템 등은 금방 다른 팀에도 전파된다.


그가 하고 싶어하는 축구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축구로 승리하는 것이다. 이 축구를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스널은 늘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아스널이 최고액으로 영입했다는 선수들의 이적 자금은 보면 유럽 빅리그 우승팀들의 이적 자금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 스카우트 속에 한국의 박주영이 들어가 있는데 그는 겨우 교체 포함 일곱 경기만 뛰었다. 재능은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기회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가 영입해서 대단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근, 아주 가끔 유럽 축구에 대한 책을 읽는데 읽을 때마다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을 하나로 꿰고, 추억 속 선수들을 마주한다. 그와 관련된 선수와 감독들 자료를 혼자 열심히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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