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안전가옥 앤솔로지 3
류연웅 외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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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를 즐겨 읽는다. 이전에 나온 두 권에 대단히 만족해 이번 3권도 선택했다. 이번 주제는 미세먼지. 최근에 미세먼지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미세먼지의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의 경우는 코로나 19가 더 문제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스크를 쓰게 한다는 것이다.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겹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는지, 아니면 이 주제를 풀어내는 이야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지 지난 번보다 재미가 떨어진다.

 

당선작 네 편과 한 편의 초청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앤솔로지는 현실의 바탕 위에 세워진 비현실적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은 바로 미세먼지고, 비현실적 이야기는 극단적인 미세먼지와 그 속에서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다. 대표적인 비현실을 꼽자면 미세먼지맨일 것이다. 김청귤의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에서 미세먼지 청정구역을 만드는 인물이 미세먼지맨이다. 이들은 갑자기 생기고, 이들이 있는 곳은 미세먼지 청정구역이 된다. 주인공 도연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한다. 휴학생이고 알바로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된다. 남동생이 보여주는 행동 등은 정말 짜증을 유발한다. 알바하는 카페에 학교 선배가 추근거리고, 급기야는 거의 폭력 상태까지 이른다. 이 상황은 여성이 가지는 공포와 두려움이 잘 드러난다. 미세먼지맨들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도연의 강한 의지가 돋보인다.

 

류연웅의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는 지독하게 편협한 한국인의 시선을 다룬다. 잘못된 정보와 더불어 중국 혐오가 극에 도달해 있다. 홍콩과 중국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와 외국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학생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결코 낯설지 않다. 홍콩 재벌의 딸이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지구대 부자학과로 유학왔다는 설정이 황당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그녀가 알바하는 중국집에 찾아온 학교 동료들이다. 그들이 한 번에 짜장면 191 그릇을 시킨다. 과연 이들이 한꺼번에 들어갈만한 중국집이 있을까 의문이다. 이 갈등을 축제에서 한 번에 터트린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뭐지?’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박대겸의 <미세먼지 살인사건 - 탐정 진슬우의 허위>는 추리물이다. 탐정 진슬우는 사람의 말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보통은 일본식 말치를 우려먹는다. 그에게 경찰에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의뢰하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죽음과 두 개의 자백이 나온다, 두 자백이 엇갈리면서 진위 여부를 알려달라고 한다. 죽음의 원인은 미세먼지인데 공기청정기를 끈 것과 창문을 열어놓은 것이 살인의 이유다. 대화 속에 거짓과 진실을 나타내는 표현이 재밌다. 수많은 진실 속에 숨겨놓은 거짓이 핵심이다. 사실 범인은 쉽게 추론된다. 하지만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등이 진한 여운을 준다. 이 단편들 중에서 연작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유일한 작품이다.

 

김효인의 <우주인, 조안>은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 미래가 배경이다. 청정복을 가진 클린(C)과 없는 노 클린(N)으로 나누어진 세계다. N의 평균 수명은 30세 정도라고 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제대로 된 청정복도 없이 살아간다. 재미난 설정은 이들의 평균 수명이 짧아지면서 결혼 연령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C인 대학생 이오가 악성 종양 판정을 받고, N인 조안과 함께 삶의 다른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하늘의 별마저 볼 수 없는 세상에서 별빛을 보려는 그들의 의지와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삶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마무리는 낭만적이다.

 

초청작인 조예은의 <먼지의 신>은 가장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세먼지가 심해 히키코모리가 된 수인과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찾아온 고교 동창 미주의 이야기다. 다단계 회사에 다니는 미주가 영업 목적으로 수인을 찾아오지만 어느 순간 이 둘은 서로가 필요해진다. 2년 간 집에 있으면서 외로움을 강하게 느낀 수인은 미주의 방문이 기다려진다. 미주는 마실장을 통해 얻은 정보로 실적을 조금씩 달성한다. 미주의 불행한 가족사가 간단히 나오고, 회사의 괴담인 야유회가 알 수 없는 공포를 뿌린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예은의 다른 단편에서 본 여성의 연대가 다시 나오고, 앞에 조금씩 깔아둔 밑밥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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