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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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고양이의 잔소리를 보고 읽다 보면 내가 수없이 들었고, 가끔은 내가 하는 잔소리들이 그대로 나온다. 물론 현재 진행형인 잔소리도 있다. 나의 욕심과 게으름이 만들어낸 상황에 대한 것들이다. 읽으면서 뜨끔했다. 너무 나에게 맞는 잔소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잔소리를 고양이가 한다. 그런데 표정들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지면서 그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손발을 다 들고 외치는 장면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보인다. 술술 넘어가는 쪽수들 속에서 이 차이를 발견하면서 잠깐 놀랐다.

 

보통 네 컷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출연진은 잔소리 고양이 한 마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느슨한 냥이 한 마리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냥이가 잔소리 고양이의 의지를 살짝 꺾어 놓는다. 잔소리에 대한 냥이의 행동은 느긋하고 게으른 듯하고 귀엽다. 끝없이 이어지는 잔소리에 작은 쉼터 같은 역할을 한다. 잔소리 고양이가 이 냥이의 행동에 보여주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그리고 이 잔소리가 마냥 듣기 싫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뒤로 가면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표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정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이 잔소리들이 정겹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자라면서 수없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의 잔소리에 뜨끔한 말들이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활 방식이 이 네 컷 만화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피곤하다고 양치질하기 귀찮아하고, 책 욕심을 내지만 읽지는 않고, 필요하다고 샀지만 잘 사용하지 않고, 끼니는 대충 때우고, 운동은 멀리 하고, 자려고 누으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등 너무 낯익은 행동에 대한 잔소리다. 개인적으로 강하게 공감하는 에피소드는 “기억날 때 메모를 잘 했어야지!!” 라고 말한 다음 “그 메모를 꼭 챙겨서 나가고!!”라고 외치는 대목이다. 다른 잔소리에도 공감하면서도 이 대목에 눈길이 가는 것은 현재 나의 저질 기억력과 행동이 보였기 때문이다.

 

네 컷 만화 속 고양이와 사물 등은 간결한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간결한 선 속에 작은 디테일들이 결코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반면에 각 장들의 시작 부분은 어떤 장소를 파스텔톤 그림으로 그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인데 이 장소에 대한 설명이 책 마지막에 나온다. 일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살짝 놀랐다. 고양이의 잔소리가 잠시 추억에 잠기게 하고, 나의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뒤로 가면 잔소리보다 따뜻한 감정이 느껴지는 말들이 더 나오는데 어떤 대목은 뭉클했다. 잔소리 고양이의 표정과 대사는 이 감정을 아주 잘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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