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람 생활만화
송아람 지음 / 북레시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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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람의 만화를 이번에 처음 읽었다. 이 만화가의 다른 작품은 가끔 제목만 봤다. 어쩌면 한 권 정도 더 집 어딘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확하지 않다. 책 읽기에 지칠 때, 시간 여유가 조금 없을 때 이런 만화를 읽으면 왠지 모르게 잠시 위안을 받는다. 나와 다른 삶이라 부럽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 나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도 알고 선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인 줄 알았다. 나의 무식함이란... 가볍게 본 몇 장의 컷은 이 만화를 선택하는 것을 도와줬다.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나겠지만.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상, 다른 나라 여행, 다시 일상 등이다. 일상은 말 그대로 작가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갔다가 아이 엄마 이름을 몰라 일어나는 해프닝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아침 산책을 보다 보면 그 여유가 부럽지만 그녀의 하루가 망가지는 것도 그 여유로운 산책 때문이다. 자기애에 빠진 장면에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는 그런 적이 없는가 돌아본다. 남편과 아들이 다른 집에 갔을 때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계획과 너무나도 다르다. 갑작스런 시간의 홍수는 불안과 예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때만 해도 이 만화가가 얼마나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지 몰랐다.

 

만화가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이 나면, 필요한 종이가 있으면 그렸다고 한다. 제목 그대로 생활 만화다. 일상에서 본 것, 느낀 것을 이야기로 묶기도 하고, 한 컷으로 그려내었다. 내가 더 많이 공감하지 못한 것은 여자도 아니고, 애 엄마도 아니고, 만화가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몇 가지 행동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분노와 허세가 뒤섞인 이야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요가를 하면서 들은 음악에 필 받아 붕붕 뜨는 그녀를 나에게 그런 노래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한다. 뭐 어떤 노래는 나오면 절로 흥얼거리지만 말이다.

 

다른 나라를 여행한 이야기에서 최고의 것은 당연히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아들을 데리러 가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다룬 <픽업 스릴러>다. 속된 말로 살아 있어 재미난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그런 환경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지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아빠와 와인 한 명이 집의 술을 거덜낼 정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의 주량에 다시 놀란다. 두 번째 작품으로 앙골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가게 되고, 가면서 오면서 주변 도시를 돌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에서 나의 머릿속은 또 다른 생각들이 샘솟는다. 물론 부러움도 한몫한다. 사인회에서 이름을 책에 적어주기 위해 독자들의 이름을 적은 부분은 작은 감동을 전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만화로 표현한 책들을 볼 때면 부러움이 먼저 든다. 다른 작품에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봤지만 이런 에피소드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나의 일상이 너무 반복되어 보인다. 물론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르게 표현하면 재미날 부분도 있을 테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작가 부부가 아들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내 생각들이 겹쳐지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맥주 한 캔, 야구 시청, 졸음 등의 기억도 그녀가 그린 와인 한 잔에 잠시 다녀간다. 책장을 한 번 뒤져 이전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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