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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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다, 한국 소설가 29명이 박완서 작가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짧은 소설들을 모아 내었다. 이 콩트집을 읽기 전에는 박완서 작가가 콩트집을 내었다는 것을 몰랐다.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 중 한 권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 작가의 유일한 콩트집이라고 한다. 유일한 콩트집도 1981년에 <이민 가는 맷돌>이란 제목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개정판이다. 후배 작가 29명이 낸 이 콩트집은 아주 낯익은 이름으로 가득하다. 물론 한 작품도 읽지 않았거나 낯선 작가도 몇 명 보인다.

 

29편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콩트집을 한 번에 읽은 것이 아니라 앞의 작품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간단한 이야기라 나의 저질 기억력이 더 뒤섞인다.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모든 작품이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좋아했던 작가도 있고,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들도 있다. 그것과 별개로 이 콩트를 재밌게 쓰는 작가는 또 따로 있다. 재미와 상관없이 추모를 다룬다는 점에서 함정임의 <그 겨울의 사흘 동안>은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박완서의 담당 편집자였던 기억을 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가장 재밌게 읽은 한 편을 고른다면 조남주의 <어떤 전형>이다. 수시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은 코믹하지만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기호의 <다시 봄>은 아주 씁쓸했다. 장난감 하나가 이렇게 가슴을 아리게 하다니. 조경란의 <수부 이모>에서 본 이모의 삶은 우리의 근대 속에서 가끔 본 것 같은 인물이다. 읽으면서 이모들이 생각났다. 최수철의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은 이 게으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잠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최수철의 단편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면 조금 과장된 표현일까?

 

강화길의 <꿈엔들 잊힐 리야> 속에서 집 이야기를 읽고 나의 선택들이 떠올랐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재밌는 사연은 힘든 삶의 극히 일부다. 김종광의 <쌀 배달>은 봉사활동 이야기지만 선의가 아닌 현실을 담고 있다. 백민석의 <냉장고 멜랑콜리>는 냉장고 에피소드와 시대문제를 엮었다. 물론 무겁지 않다. 임현의 <분실물>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조해진의 <환멸하지 않기 위하여>는 대학 채용 문제를 다루는데 환명의 시간은 언제일까? 묻게 된다. 한창훈의 <고향>은 그의 산문집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가 바닷가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말했던 그 글들 말이다.

 

개별적으로 말하지 않은 작품들도 재밌게 읽은 작품들이 상당히 있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기억이 퇴색되었고, 제목과 몇 문장만으로 그것을 되살리기에는 나의 게으름이 한몫한다. 또 하나 솔직히 말하면 이 콩트집을 다 읽은 지도 한참 되었다. 퇴색한 기억력과 대충한 복기의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볼 품 없다. 그래도 잠시 이 글을 쓰면서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은 좋다. 뭐 이렇게 글을 남기지 않은 책들이 자주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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