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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여러 필명 중 눈에 익은 것은 하나밖에 없다. 아기 타다시다. 워낙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쪽 장르를 많이 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데는 필명 중 하나인 아기 타다시 때문이다. 그 유명한 <신의 물방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책 표지를 너무 자주 보았고, 이 이름으로 낸 한 편의 소설을 구입해놓아 익숙한 이름이다. 여기에 판타지 같은 설정의 진단의가 등장하는 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미스터리한 등장과 더불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의 사건이 지나갈수록 머릿속에서는 미드 한 편이 떠올랐다. 한때 재밌게 봤던 <하우스>다. 이 미드를 보면서 진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이전 친구 어머니의 병명을 수많은 검사를 거친 후 노환이란 것으로 결론 내렸던 일이나 얼마 전 동료 직원 아이의 맹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형병원 소아과 전문의가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보통 일상에서 우리는 이 진단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치료의 시작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수많은 의료사를 다룬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실제 병원에 있는 많은 검사기기들이 왜 있겠는가.
과학의 발달로 검사기기는 더 좋아졌다. 엑스레이가 나왔을 때 의사들이 환호했다는 자료를 보고 그들에게 이런 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기계가 모든 병의 원인을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분야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아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다. 물론 가끔 혹은 아주 자주 오진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오진의 경우는 이미 주변에서 자주 본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다카모리 종합병원도 오진으로 그 명성이 하락했다. 이런 시점에 갑자기 등장한 바쿠야의 존재는 병원을 살릴 좋은 기회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조깅을 하던 마시키가 알몸에 백의를 걸친 한 여자 아이를 발견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에 데리고 간다. 이 병원이 다카모리 종합병원이다. 혹시 성폭행 등을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검사 결과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소녀가 마사키의 병명을 진단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인 헬리코박터 균 감염이다. 마시키의 행동과 냄새만 가지고 진단한 것이다. 그의 친구이자 병원장의 딸인 마리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검사 결과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바쿠야(白夜)라고 말한다.
바쿠야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인간관계나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판타지로 상상력이 펼쳐질 때 아주 멋지게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다. 마사키와 살면서 예절과 인간의 감정 등을 배운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 속에서 발견한 단서를 통해 누가 그녀를 그 공원에 그녀를 데리고 왔는지, 이 사실이 다른 이야기를 열어주는 서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에필로그=프롤로그’인 것은 이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미드 <하우스> 시리즈처럼 다음 이야기가 예고되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바쿠야의 진단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과학에 대한 엄청난 지식과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하우스 박사가 얼마나 많은 검사와 실패를 통해 성공했는지 봤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후반부로 가면서 <하우스>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물론 병원 경영상 문제로 인한 갈등과 진단대결이란 설정은 다른 곳에 빌려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의 진단 능력만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함께 병원 내부의 알력과 의사 개인의 문제 등도 같이 다루면서 조금은 입체적인 병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병명이 나오고, 바쿠야의 출신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조금은 풀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