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무지 바빠 서평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시간 짜내기가 이전보다 어렵다보니 읽은 지 며칠 지나서 겨우 쓴다. 상권을 읽은 후 다른 책을 중간에 먼저 읽은 후 하권을 읽었다. 7년 시간을 두고 전작을 읽은 것에 비하면 아주 순식간이다. 이번에도 역시 세 이야기가 나온다. 구성은 상권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요지로의 존재감이 점점 커진다. 그것과 함께 작가가 생각하는 요괴의 모습도 같이 풀려서 나온다. 티격태격하는 네 인물의 차이가 눈에 더 들어오고, 사요의 비밀도 한 꺼풀 벗겨진다. 그리고 예상했지만 아쉬운 한 장면을 마주한다.

 

원래 한 권이었던 책이다 보니 진행하는 앞부분은 같다. 누군가 괴담을 끄집어내고, 그 괴담을 조사하고, 토론하고, 잇파쿠 옹까지 가는 과정이다. <산사내>는 사람인지 짐승인지 요괴인지 불분명한 산사내의 아이를 낳은 여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토론은 이 산사내의 존재에 시작한다. 요괴처럼 묘사된 문헌이 나오고, 짐승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는 대목에 이르면 사람이란 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 토론 과정은 인간들이 어떻게 알 수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두 사건이 해결된다.

 

<오품의 빛>은 푸른 백로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명한 유학자인 기미후사 경이 어릴 대 직접 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여행을 하다가 한 지역에서 다시 이 경험을 한다. 이 강렬한 기억이 불가사의한 문제를 해결한 겐노신에게 전해지면서 토론으로 발전하고 잇파쿠 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기억도 마타이치의 기묘한 행적 중 하나와 연결된다. 희미한 기억 속 존재인 마타이치의 놀라운 능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하고, 그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아픈 사연이 조금씩 풀려나온다. 모모스케가 요지로에게서 자신과 같은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바람신>은 달빛 어두운 밤 진행하는 백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이야기가 끝나면 재앙을 끌어당기고 요괴를 깨운다고 한다. 이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 작지만 재밌는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사요의 과거가 드러나고, 잇파쿠 옹이 백귀물어에 가담한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간략한 제목만 보면 이 항설백물어 시리즈 속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것도 작은 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잇파쿠 옹의 의도와 요지로의 설정이다. 고조되는 이야기와 어두워지는 방과 무대장치가 결합해서 만들어낼 장면을 떠올리고, 이것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당연히 반전도 있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설명이 책 속에 나온다. 겐노신의 이야기는 항상 계기가 모호하고, 들고 오는 화젯거리는 언제나 황당무계하다. 결과적으로 그 이면은 멀쩡한 사건이 숨어 있지만 항상 괴담 종류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잇파쿠 옹은 괴담에서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 당시 이면을 말하고, 겐노신은 이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해결자의 신분이 바뀐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존재는 공권력이 되었고, 이것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가는 과정이다.

 

“요괴는 거짓이지만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거짓을 거짓인 줄 알면서 믿는다고 말한다. 머릿속에 산타크로스가 지나간다. 우리가 괴담을 즐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무언가를 이야기해서 속이면 이야기가 된다고 말한다. 이 괴담을 몇 개씩 포개놓아 현실 자체를 속임수의 공간으로 옮기고 되돌려놓는 것이 백 가지 이야기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생각이 옮겨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항설백물어 시리즈를 한 번에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 지금과 다른 느낌과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요지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다른 소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