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공허의 사분의 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룹알할리 사막의 다른 이름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화자가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보일러실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그녀의 꿈이자 희망이 되어버린 장소이다. 룹알할리 사막의 뜨거운 햇볕이 그녀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고 믿고부터 일상의 지리멸멸과 따분한 일상에 유일한 활력소이다.


소설은 관절염을 가진 그녀와 약간 모자란 청소하는 남자 직원과 엄마가 자신 앞에서 죽은 후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잊고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화자인 그녀가 관찰하면서 진행되지만 일상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흘러간다. 청소하는 남자의 삶과 자신의 삶이 겹쳐지고, 남자와 아이의 삶이 겹쳐지고, 세 명의 인물들이 겹쳐지기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발생한다.


룹알할리를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가기위해 적금을 붓는 그녀가 매일의 일상을 견뎌내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지만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쉽지가 않다. 홀어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살지만 어머니의 수입은 공공근로가 있을 때 잠시뿐이다. 손위의 언니는 정신병원에서 박봉인 그녀 월급의 삼분의 일을 가져간다. 이런 악조건들이 악덕 상술에 걸린 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그 파국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다. 사슴벌레를 키우던 아이나 청소하는 남자 모두에게 조금씩 손이 뻗어간다. 순진하기에, 믿음을 가졌기에 그들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그 진행은 너무나도 보이는 결말을 유도한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한 결말을 지어면서 파국의 끝을 묘한 여운과 함께 남겨둔다.


사실 나는 글 속에 나오는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피상적으로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아이의 세계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그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안타까움과 아픔과 함께 왜?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나는지 궁금해 한다. 아니 알지도 모르지만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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