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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인문학 - 목수가 된 인문학자의 인생·철학·고전 3막 18장
임병희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아북 / 2015년 4월
평점 :
몸소 인문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 준 저자.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의 저자 박홍순은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미술관에서 선을 보는 이유에 대한 현빈의 대사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마네 좋아하시나봐요. 미술관에서 선 보는 커플은 우리밖에 없을 듯 싶은데."
"시간 낭비를 안 해도 되거든요."
"그게 무슨?"
"걸음걸이를 보면 성품 나오고, 그림 보는 안목 보면 교양 수준 보이고, 미술관에 어울릴 사람인지 클럽에 어울릴 사람인지, 향수 취향이 노골적인지 우회적인지 답이 빠르니까(35쪽)"
"일상생활과 인문학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탐구...우리는 흔이 본능적인 감정을 인문학적인 탐구가 전혀 필요 없는 영역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행위할 뿐 성찰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44쪽)"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의 저자 박홍순은 모든 사람은 다 인문학을 한다고, 다시 말하면 모든 학문의 기저에는 인문학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문학은 살아 숨쉬고 있다고. 다만 그걸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그건 아는 사람은 알겠지...
다시 임병희의 <목수의 인문학>으로 돌아가서.
임병희는 베이징으로 떠나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그리고 동양고전을 통해 인문학의 깊은 바다에 빠졌다.
그런데 돌아와서 한 일은 강단에 선 것이 아니라,
물론 여기서 본인의 선택이 있었다고 하지만
공방으로 가서 목수의 길을 택했다.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만드는 삶을 살길 원했다고.
그리고 공방에서 목공을 하면서
그동안 배웠던 동양고전의 깊은 뜻을 삶에서 발견한다.
목수의 인문학은 동양고전을 공방에서의 일상적인 삶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책의 구조 또한 일상적이다.
1부는 공방에서의 쓰는 목재 재료들로
2부는 목공을 할 때 쓰이는 도구들
3부는 공방에서 목공일을 하면서 일하는 단계들을 통해
인문학적인 성찰을 한다.
그런데 그 성찰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다.
본인이다.
본인을 스스로 동양고전이라는 기준 위에
재단한다.
이것이야말로 삶으로 인문학을 하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예로 149쪽에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꾸민다."는 논어의 이야기 한 편이 있다.
이 글은 공방에서 루터테이블이라는 기계를 사용하다가 실수로 다쳤던 이야기를 반추하며, 실수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며 실수를 실수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받아 들이고 좋은 것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저자의 몸부림이 전해진다.
이런 예들이 이 책의 전체를 구성한다.
말하자면 인문학에 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 한 꼭지씩 글을 읽으면서 내 삶도 돌이켜 보며
좋은 반추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