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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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장편소설이 나온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6월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가,

8월에서야 출간이 되었다.

출판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8월에 출간하였다.




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이철환 작가의 삶이 녹아 있는 성장소설이기에

단숨에 읽어 갔다.

연탄길, 곰보빵, 행복한 고물상, 보물찾기, 못난이 만두이야기 등을 읽었다면

더욱 더 공감을 하며 읽어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소설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작가의 말을 제외하면

모두 28장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28장은 독립된 글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하나의 플롯을 생각하고

거기에 절정과 반전이 깃든 소설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진가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번 소설은 하나하나의 글들이, 소주제들이 모두 완벽한 이야기가 된다.

마치 이철환 작가의 이전 글에서 읽어 보았듯이.




형식이 어떠하든, 글을 풀어내는 방식이 어떠하든

이번 글에서 이철환 작가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라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주인공 유진이.

유진이는 너무나 가난했다.

유진이는 가난한 나머지 대학을 뒤로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라라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게 ‘유진’이는 ‘라라’보다 작았다.




유진이 주변에는 유진이와 같이 애처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 무엇보다 옆집에 사는 시각 장애인 아저씨.

이 아저씨의 아내는 시각 장애인이었고, 뺑소니차에 치어 죽고 만다.

유진이는 시각 장애인 아저씨와 함께 슬픔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문학을 나누고 인생을 나눈다.

유진이의 주변에는 늘 이런 사람들이었다.

유진이 주변에는 늘 소외된 자들, 연약한 자들,

그래서 눈물짓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는 이들 작은 사람, 연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통해

우리의 실존을 바라보게 한다.

가난 때문에 라라보다 작게 보인

자기 처지로 인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라라를 만나러 나갈 때에

손톱 밑에 기름때를 지우기 위해

손톱 밑이 아리도록 문질렀던 유진이.

유진이는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다.




시각 장애인 아저씨의 삶을 면면히 바라보고 지켜본 유진이는

아저씨의 삶을 지켜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죽음.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

글을 몇 편씩 내면서 작가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아저씨는 죽어갔고, 끝내 유진이는 아저씨에게 죄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죄인된 고백을 통해 유진이는 계속해서 희망을 쓰게 되었다.




알코올 중독자로 끝내 폐쇄병동 안으로 들어간 아버지를 둔 유진.

미국으로 이민 간 라라의 연락과 라라를 만난 시간들.




모두 다 아픔이었다.

유진이는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두는 아버지에게

울면서 사랑의 고백을 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눈가에도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바로 아픔이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눈물은 더 이상 눈물이 아님을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너무나 가난해서,

대학을 가지 못해서,

좋아하는 라라에게 당당히 다가가

좋아한다는 말도 못해서,

늦게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서,

그리고 어렵게 글을 써서 출판사를 찾아가면

번번이 퇴짜를 맞아서,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슬픔이어서,

술만 마시면 망가져 가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죽음,

아버지를 보며 어찌 할 줄 모르는 어머니,

무엇보다 시각 장애인 아저씨의 죽음.




그렇게 유진이의 삶은 슬펐다.

기쁨이 멀리 있고,

언제나 돌아보면 아픔이었던 삶들은

아픔이 눈물이 되어

향방 없는 인생에 길이 되었고,

힘이 되었고, 겸손이 되었고, 이 악물고 살아가는 의지가 되었다.




그래서 눈물은 힘이 센 것이다.




열등감, 모욕감이라고 하는 것도

인간의 삶을 끌고 가는 발걸음이며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을

이끌고 간다는 가르침.

이 가르침을 통해 우리 불안전한 인간이, 유한한 인간이

너무나 목에 힘주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눈물을 흘리며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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