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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익스프레스 -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ㅣ 익스프레스 시리즈 3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과알못이여
과학특급, 조진호익스프레스에 탑승하라
시드마이어의 문명이라는 게임이 있다. 개척자로 시작해 한 문명을 세워 지도자가 되어보는 게임이다. 소신껏 가꾼 소중한 국가가 공격적 문명에 무너질때 인생이란 생각과 같지 않아 하면서도 한동안 게임에 빠져 지냈었다. 역사를 싫어해 인류 문명의 발달과정에 낯설었기에 더 재밌었던 기억이다. 탄탄한 스토리로 역사를 이렇게 자발적으로 체험하게 할 수 있나 역사게임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나. 문명에 대한 찬사가 길어지는 이유는 문명을 떠올리게 하는 한 권의 과학그래픽노블을 만났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국산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감각적 표지를 넘기면 두꺼운 선,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 아톰익스프레스가 출발한다.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주려나 했던 기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등장으로 일단 접어둔다. 새로운 과학자의 등장 때마다 원자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관념적으로 증명할수 있다면 존재하는 것이라는 플라톤과 경험과 수치로 증명이 되어야 존재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에서 같이 갈팡질팡하자. 과학에 대한 편견이 깨트려지는 순간이다. 학교에서 경험한 과학이란 기괴한 표본과 기구들이 들어찬 차가운 실험실과 오로지 정답만을 위한 문제풀이였다. 아웅다웅하는 두 철학자의 대화를 따라가다 과학의 시작은 확실한 답이 없었다는 것과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질문을 확인해보는 것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진짜 과학의 모습이라는 걸 간접체험한다.
우리는 완성된 과학을 배우고, 정리된 이론을 배운다. 돌턴의 원자설에 이어 주기율표와 분자식을 배우기 때문에 원자의 존재에 대한 의심 없이 수헬리베붕탄 외기에 바빴다. 저자는 교과서에서 삭제된 파르메니데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헤맴의 역사를 날카롭게 들추어낸다. 원자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실패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나오는 점이 멋지다. 빛나는 과학의 탑을 몇 명의 천재들이 후딱 세운 게 아니라 이제껏 수많은 누군가의 오류들을 반석으로 세워졌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요한 부분 앞에서 집중하라고 예고하고, 복잡해보여 포기하려 할 때는 그냥 여행으로 생각하라고 다독인다. 독자를 등장시켜 화내게도 해주고, 실망시키지 않겠다 약속한다. 이게 무슨 얘기지 할 때쯤엔 여행의 시작부터 다시 맥을 짚어준다. 배경으로 녹아든 유머와 패러디에 피식거리며 읽다보면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 과학이론들에 감탄하게 된다. 지난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과 믿음으로 과학이 여기까지 왔다는 데 인간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과학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알 수 없는 수치와 기호로 가득한 과학자들 그들만의 리그같다. 저자의 익스프레스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고, 틀린 생각도 중요한 계단이라고 알려준다. 과학이란 이런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원자는 있는 거냐고 없는 거냐고? 양자역학 쉽게 알려주냐고? 그래서 플라톤이 이기냐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이기냐고? 타보면 안다. 따르르르르르릉. 과학의 매트릭스 속 전화벨이 울린다. 좌표는 조진호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