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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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의 희곡 3권이 있다.
1) 모두가 나의 아들 1947년
2) 세일즈맨의 죽음 1949년
3) 시련 1953년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적으로 많이 공연되고 사랑받은 작품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985년

도시에서 생존해야 하는 잔혹한 세일즈맨의 생존기.

아버지는 무슨 상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거운 가방 두 개를 양손에 든 채 팔러다니는 세일즈맨이다. 36년간 판매업에 종사했지만, 이제는 회사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거드름에 고리타분하고, 아들 비프와 해피와의 어릴적 추억을 그리며, 과거와 현실을 혼동하는 상태로 자살도 몇번이나 시도한 위태로운 60대 가장이다.

What‘s the matter with you?
야밤에 큰 소리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더니,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나가는 아버지가 못내 걱정되는 비프.

아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가진 아버지와 진로를 못 정하고 직장을 옮겨다니는 비프는 서운함과 오해, 생활고의 무게에 눌려 서로 논쟁을 시작한다.

이런 갈등은 흔하지만, 단순하고 구체적으로 공감을 이끌어 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극의 힘은 바로 무대에서 생생하게 문제점을 전달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 장르인지 새삼 전달된다.

직장에서는 해고 당하고, 친구에게 매주 돈을 빌려달라 한다. 자존심 센 남자가 부양해야 하는 가족 생각에, 부르르 손을 떨며 돈을 챙긴다. 공과금, 식비가 없으면 가장 빈곤한 무가치한 존재로 추락해 버리는 인간. 우리 스스로 편리하고 옳다고 만들어낸 문명의 결과다.

부모와 자식은 혈연 관계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의 기대치는 높고, 자식은 나름 이해 해 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없다. 대화로서 풀기엔 그간 다져온 시간과 생각의 무게가 단단하다.

이번엔 영화가 책보다 낫다. 배경은 집과 사무실이 전부로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므로, 자칫 지루하지만,
(책은 더 지루하다)
영화는 📚 책으로 놓칠만한 분위기와 감정을 더 세밀히 전달한다.
영화에 해결책은 없고, 가난과 허왕된 꿈, 세월의 덧없음을 잔인하게 조목조목 짚어낸다. 이렇게 격렬하게 묘사하다니,

없는 사람은 없어서, 직장인은 도망 칠수도 없는 직장에 묶인채 이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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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1-12-05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10년전에 저도 리뷰를 남겼더군요. 우울하지만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아직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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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9권중 5권은 헤세가 그린 수채화 그림이 표지다. 사람과 동물은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풍경과 꽃과 나무, 거리, 집으로 마음을 치유했던 미술작품들이 인상깊다.

또한 많이 알려진 <데미안>보다, 크눌프, 수레바퀴 아래서가 더 싑고, 이해하기가 싶다.

내가 읽은 헤세 6번째 책 <데미안>은 여러번 읽었지만 어려운 책이다. 이번엔 ˝밀리의 서재˝ 김영하가 읽어 주는 버전으로 들었다.
고전 책 읽기가 어렵다면, 너무 옛날 책이라 부담스럽다면, 듣는 것도 추천한다.

성장기에 겪었던 선과 악의 발견에 놀랐고, 요즘은 뉴스를 통해 잔인함과, 다양함에 여전히 놀란다.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싱클레어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싱클레어의 말할 수 없는 고민, 악당 크로머는 데미안의 등장으로 해결된다. 데미안은 자기 내면의 그림자와 소통을 멈추지 말라고, 충고한다.

💡 영화, 게임으로 채워졌던 주말이, 걷기와 독서로 채워진 내 현실은 훨씬 행복하다. 남는 게 없던 허무의 시간이, 만족스럽다 상쾌하다는 뿌듯함으로 차오르는 순간,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을 선택하는 순간 내 그림자, 내면의 목소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느낌은 벅찬 기쁨으로 변화한다.

의미를 찾지 못하는 고통을 심리학에서 우울증이라고 한다. 의미를 부여하고, 내 시간에 소중한 가치옷를 입히는 주체는 다름아닌 나다.

알에서 깨어나 날개를 펴 날아가는 매. 아프락사스처럼 성장은 어른에게도 필요하다, 우리는 평생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하루 중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이 책을 앞에 둘 때다. 고통도, 기쁨도, 내일의 염려도 책 속에 있고, 다른 말로는 책이 내 자신과 대화하는 문(door)이기 때문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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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28 0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교왕님의 헤세 리뷰 5편을 보니 갑자기 헤세가 너무 읽고 싶어지네요 ^^ 저도 데미안 보다는 크놀프랑 수레바퀴가 이해하기 쉽다는데 공감합니다~!!

그레이스 2021-11-28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장은 어른에게도 필요하다!!!
 
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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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자서전 격인 이 책처럼, 헤세는 13살 부모를 떠나 라틴어학교와 신학교에 입학하는데, 기숙사 생활을 못 견뎌, 무단이탈, 신경쇠약에 휴학, 퇴학을 당한다. 고향에서 서점 견습원으로 일하며 우울증으로 자살 기도까지 한다.

146쪽, 성적이 떨어지는 한스에게 교장 선생이 말한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해 주겠나? (예)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픈지, 어떤 책을 읽는지 묻지만 / 힘든 건 없는지, 마음, 취미, 꿈에 대해선 관심없다. 그리고는 계속 굴러가는 마차에 올라타야지, 잘못하면 깔려 죽는다고 협박하는 꼴이라니 비정한 교육자다.

15세 한스는 가난한 형편에, 주 시험에 합격해야, 신학교, 수도원을 거쳐 목사나 대학강단에 서게 되는 좁은 길에 서 있다. 어른의 기대와 시험 부담이 컸고, 고민을 나눌만한 친구도 없었다. 신경쇠약과 불안은 두통과 함께 심해진다.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직장은 참고 견뎌야 하나, 때려쳐야 하나? 쉽지 않지만, 힘든 순간마다 자신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늘상 내면과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함께 나눌 친구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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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읽다 -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상의 삶과 소설 읽다 시리즈
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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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4개인데, 날개와 봉별기를 제외하곤 읽기가 쉽지 않다. 한문이 섞여있어 바로 이해되진 않는다. 그나마 주석이 많이 실렸다.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데, 여성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냉혹한 현실을 이해한다.

1. 지주회시 - 거미와 돼지의 진흙탕
2. 날개 - 권태 속 삶
3. 스물세 살이오, 삼월이오, 각혈이다. - 봉별기 첫문장
4. 종생기- 정희와의 연애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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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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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고 반해버린 방랑의 사나이, 일요일의 남자 크눌프, 다시 읽다.

그는 없는 게 많다. 직업, 집, 돈, 가족, 하지만 있는 것도 많다.
가장 큰 건 자유이고, 자유분방한 성품 탓에 여자를 유혹하는 재주는 타고 났고, 휙 떠나는 것도 맘대로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이에게 말을 걸고, 재미있는 말을 들려 주며 매일을 일요일 같이 사는 남자.

허나, 가고 싶을 때 어디든, 언제든 가는 자유라면 마다 할 사람 없지만, 돌아 올 곳 없는 여행, 소유한 것 없는 가난이 과연 행복할까? ????

자연인하고 연결되는데? 하지만 크눌프는 첫페이지부터 친구를 방문하여 환대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할 만큼 친구가 많다. 재단사 친구와는 <인생이 무엇인지는 각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니란> 이야기도 나눈다. 자기만의 체험으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싯다르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36쪽)

책은 <초봄, 회상, 종말>이란 세부분으로, <회상>엔 밤이 깊어가는 모양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낮은 언덕들은 솜털처럼 부드럽게 노란 광선 속에 아련하게 녹아 있는 듯하더니, 이제는 시켜멓고 뚜렷한 자태로 나무들을 하늘 위에 까맣게 그려놓았다˝(74쪽)

<종말>은 폐결핵으로 아픈 크눌프의 이야기다. 의사 친구는 병원을 주선하지만, 구속이라며 거절한다.
친구들은 그가 가진 재능을 낭비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끝에 신과 대화를 통해 삶이 무의미했는지, 달라질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아름다운 청년일때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온 나날 모두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있는 모습 그대로, 방랑자로서 자유롭게 살아온 삶을 회상한다.

하나의 가치관이 아닌 여러 삶의 방식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뛰어난 능력이나 명예, 돈이 없어도 의미없는 삶은 아니다. 이 책은 각자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진실한 삶을 노래하는 헤세의 응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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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25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놀프 처럼 살아보고 싶습니다 ㅋ <크놀프>는 응원가 맞는거 같아요 ^^
오늘 시간이 남아서 알라딘 우주점 가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샀는데 이렇게 <크놀프> 리뷰가 있다니 신기하네요~!!

mini74 2021-11-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의 남자 크놀프란 문장 참 좋아요. 휘파람의 사나이 ㅎㅎ 젊은 시절 크놀프는 빛남이지만 또 나이가 드니 ㅠㅠ 잘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25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응원가!
책읽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
저도 크눌프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