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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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고 반해버린 방랑의 사나이, 일요일의 남자 크눌프, 다시 읽다.

그는 없는 게 많다. 직업, 집, 돈, 가족, 하지만 있는 것도 많다.
가장 큰 건 자유이고, 자유분방한 성품 탓에 여자를 유혹하는 재주는 타고 났고, 휙 떠나는 것도 맘대로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이에게 말을 걸고, 재미있는 말을 들려 주며 매일을 일요일 같이 사는 남자.

허나, 가고 싶을 때 어디든, 언제든 가는 자유라면 마다 할 사람 없지만, 돌아 올 곳 없는 여행, 소유한 것 없는 가난이 과연 행복할까? ????

자연인하고 연결되는데? 하지만 크눌프는 첫페이지부터 친구를 방문하여 환대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할 만큼 친구가 많다. 재단사 친구와는 <인생이 무엇인지는 각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니란> 이야기도 나눈다. 자기만의 체험으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싯다르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36쪽)

책은 <초봄, 회상, 종말>이란 세부분으로, <회상>엔 밤이 깊어가는 모양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낮은 언덕들은 솜털처럼 부드럽게 노란 광선 속에 아련하게 녹아 있는 듯하더니, 이제는 시켜멓고 뚜렷한 자태로 나무들을 하늘 위에 까맣게 그려놓았다˝(74쪽)

<종말>은 폐결핵으로 아픈 크눌프의 이야기다. 의사 친구는 병원을 주선하지만, 구속이라며 거절한다.
친구들은 그가 가진 재능을 낭비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끝에 신과 대화를 통해 삶이 무의미했는지, 달라질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아름다운 청년일때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온 나날 모두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있는 모습 그대로, 방랑자로서 자유롭게 살아온 삶을 회상한다.

하나의 가치관이 아닌 여러 삶의 방식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뛰어난 능력이나 명예, 돈이 없어도 의미없는 삶은 아니다. 이 책은 각자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진실한 삶을 노래하는 헤세의 응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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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25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놀프 처럼 살아보고 싶습니다 ㅋ <크놀프>는 응원가 맞는거 같아요 ^^
오늘 시간이 남아서 알라딘 우주점 가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샀는데 이렇게 <크놀프> 리뷰가 있다니 신기하네요~!!

mini74 2021-11-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의 남자 크놀프란 문장 참 좋아요. 휘파람의 사나이 ㅎㅎ 젊은 시절 크놀프는 빛남이지만 또 나이가 드니 ㅠㅠ 잘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25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응원가!
책읽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
저도 크눌프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