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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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같이 붙어 있은 지가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한 오십년?˝ (90쪽)
오랜 친구인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란 이름의 사람을 기다린다. 어제 오늘이 아닌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50년 동안 내내 기다린지도 모른다.

1막 무대설명은 <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2막 <이튿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황량하다.
정확한 장소도, 시간도 없이 둘은 <고도>를 기다린다. 끝내 나타나지 않고, 1막, 2막 끝에 소년이 나타나, 고도씨가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 틀림없이 온다는 얘길 전한다. 그리고 <끝.>

✔ 이 끊임없는 기다림은 무슨 의미일까? 1953년 초연 당시 온통 화제와 호평으로 가득했던 연극, 새로운 내용과 형식, 관객과 신문과 방송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 했으나, <내가 그걸 알면 작품에 썼을 것>이라는 베케트의 일화를 들으며 알쏭달쏭했다.

자유, 희망, 신, 구원, 고통, 죽음?

농담을 하며 기다리는 두 친구에게 <고도>란 존재는 매일 기다리는 것, 하루 24시간인 일상을 의미하나? 아니면,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우리 삶의 모습˝ 전체를 의미가 아닐까?

왜 고도는 안 올까? 계속 내일 온다는 소식만 전해지고, 이윽고 두 친구는 목을 매자고 한다.
고도가 온다면 살게 된다고 말하는 그들 입장에선 고도가 <구원,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의 희곡과는 확연히 다른 현대 부조리극, 인상주의와는 다른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그림 같은, 무대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도록 말을 거는 1952년작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을 읽어봤다.

✔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의 줄거리, 읽고도 감히 읽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책,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삶을 묵묵히 살아가야하는 숙명을 그린 희곡. 불합리 속에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묻는 부조리극만의 매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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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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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된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에서 두식이가 잠 안오는 밤에 누워서 책을 읽는 장면이 슬쩍 지나간다. 빨간 표지를 알고 있던 터라, 박수치며 나는 안다며 흥분했고, 두식이의 알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져 홀로 감동한 장면이였다.

1950년 초연된 <대머리 여가수>에는 대머리 여가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미스 부부, 마틴 부부, 하녀 메리, 소방대장 6명이 나온다.

이해 안 되는 대화를 주고 받는 스미스 부부. (이년 전에 죽은 바비 남편 이야기를 하고, 바비 부부가 언제 결혼할꺼냐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마틴 부부도 서로 같이 살면서, ˝어디 사시죠? 저는 딸이 있어요?˝ 하고 만담을 늘어 놓는다.

갈수록 4명이 늘어놓는 혼돈의 말들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트케의 <관객모독>이 생각나는 의미없는 말들의 초강력 합창곡.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서로 대화를 한다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말, 희곡에선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가만보면 우리 일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가정에서 , 직장에서도 서로 하는 말이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말의 무저갱이 돠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 책에는 3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대머리 외에 <수업>, <의자>이 실려 있다. 수업에선 교수와 여학생이 등장하고 교수는 언어학에 대해 주입하듯 말하고, 학생은 ˝이가 아프다˝고 34번을 계속 말하고, 교수는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음에 격분하여 식칼로 살해한다. 반복되는 40명의 살인. 언어가 폭력성을 지배한다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개연성 없는 불합리한 상황, 무언가 이해되지 않은 사람과 설정 속에, 우리를 몰아 놓고는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방탈출 게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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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31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교왕님 리뷰를 보니 제가 이 책을 읽고 멘붕이 왔던 기분이 다시 느껴지네요 ㅋ 답은 니가 찾아라 왠지 공감이 갑니다~!!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유해한 것들 속에서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 프로젝트
김은주 지음, 워리 라인스 그림 / 허밍버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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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컵은 특별한 기분을 사는 것이고, 커피는 혼자인 시간을 사고, 큰 무지 노트는 떠오르는 영감을, 여행지에서 물건은 추억과 인연을, 깜짝 선물은 관계와 설렘을 산다.

세상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남의 상처에‘ 예민하지 않을 뿐

개나리, 유채꽃, 달맞이꽃, 코스모스가 동시에 꽃을 피우려 한다면 계절은 자기만의 색을 잃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속도가 있고,
인생은 속도로 결정되는 경주가 아니며, 의미있는 풍경을 놓치지 않게...

가을, 여유가 여기저기 피어서
코스모스는 더 아름답다.

오늘은 노랑 은행잎을 주워, 공짜로 가을의 행복를 사러 나가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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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9 : 고도를 기다리며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9
주진 글, 박강호 그림, 손영운 기획, 사무엘 베케트 원작 / 채우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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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을 그림으로 형상화 내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글로만 되어있는 인물이 눈코입과 목소리를 입어 이야기기가 된다. 난해한 <고도를 위하여>도 조금 쉬워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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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퍼 되는 법 - 취미에서 직업으로 푸른들녘 미래탐색 시리즈 17
허수연 지음 / 푸른들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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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그리스어 캘리 calli가 있는 마음을 담은 손글씨. 글씨의 선과 획, 구조, 전체적인 느낌 등을 활용하여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는 장르라고 당당히 말하는 저자 허수연.
멋지게 쓰고 싶은 마음에 붓펜은 항상 지니고 있지만 연습할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마음을 노크하는 글씨를 쓰는 장면을
책을 읽으며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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