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1
가오싱젠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의 3편의 희곡.
<버스 정류장>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7명의 인물을 통해 기다림을 말한다. 기다리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일년이 지난, 이상한 곳. 갈수록 시간은 무의미해진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종점에서 승객을 많이 태운 듯 정차하지 않고 계속 지나친다. 7명의 사람은 자기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걸어갈지 기다릴지를 고민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망설이는 사람, 무작정 기회를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 자기 일임에도 관망하는 인물군상 묘사하는 듯하다.

학교 다닐때 꽉찬 버스를 타기 위해 밀고 또 밀고, 신발주머니는 문틈에 낀 채 가기도 했다. 토요일 귀가 할 땐 기다리다 지루해 과감히 걸어가면, 이윽고 버스가 윙하면서 지나간다. ˝조금만 기다릴걸, I see.˝ 입으론 말했지만,
걸어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토요일은 무얼해도 즐거웠으니깐!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에는 이윽고 비가 오고, 알고보니 정류장 팻말에 이름이 없고, 무슨 공고를 붙혔던 자국이 있다. 엉뚱한 곳에서 기다린 건 아닐까? 머뭇거린 사이 지나버린 우리의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

<독백> 무대 위에 1명이 나와 배우, 배우의 열정, 삶에 대해 얘기한다. 원맨쇼라고 무슨 내용이냐고 짜증낼지도 모르고, 무대를 사랑하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리 생명까지 바칠 수 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며, 긴 문장을 거침없이 내밷는 대사에 아낌없는 박수를 치게 될지는, 실제 연극을 본다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우선은 심드렁한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피게니에.스텔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외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779년 30세에 지은 <이피게니에>는 아가멤논의 딸의 이야기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
트로이 출정 길에 바람이 불지 않아, 예언대로 장녀 <이피게네에>를 제물로 바치고, 복수를 다짐한 아내는 정부와 같이 10년 전쟁 후, 아가멤논을 죽이고, 이어 아들 오레스트와 딸 엘렉트라는 엄마를 죽이는 비극이 있은 뒤, 오레스트는 죽은 줄 알았던 <이피게니에>를 먼 타국 타우리스에서 만난다.

이방인으로 타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스를 그리워하며, 전쟁이 끝나면 2번째 죽음에서 구원해 달라고 (자신이 제물로 죽게 될때 신전까지 순간이동시켜 살려준) 다이아나 여신에게 기도한다.

사실 그녀는 최대 피해자다. 파리스와 헬레네로 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는 딸을 제물로 바치고, 가족은 서로 죽고 죽이는 운명의 한 가운데에 서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한다.

사실 긴 독백과 한 무대에서 두명이 나와 길게 내뱉는 대사를 계속 읽기는 쉽지 않다. 역시, 독일 김나지움 학생들이 읽기 싫어하는 희곡들 중 하나란다.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대표작 답게 모방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동생을 죽이려는 타우리스 왕에게 모두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설득하며 의지로서 운명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나는 독일 작가가 쓴 그리스 비극보단, 18세에 쓰고, 쉽게 잘 읽히는 연예 소동극 <연인의 변덕> 과 <피장파장, 원제 공범자들>, 현실에는 없을 너무 착한 두 아내 사이에 선 페르난도의 자업자득 비애극 <스텔라>가 더 재밌었다.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 고전으로 전해 내려온 괴테,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조금 지루할지언정, 새롭고 기발하고, 재밌는 것이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초 한글소설 <홍길동전>
허균(1569선조~1618광해군)

1446년 훈민정음 반포 후, 1471년 금오신화, 또 100년 후에나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이 등장한다.
그만큼 한글로 된 책이 나오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지 않나 생각한다.

책 맨 뒷편에는 완판 36장본 (원본을 촬영해 복제한 영인본) 72쪽이 실려있다. 2쪽을 1장으로 하는 완판 36장(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이 가장 내용이 풍부하고 다채롭다.

때는 세종대왕 15년, 좌의정 홍문의 몸종 춘섬의 소생인 길동이 태어나나, 비범한 재주를 시기한, 첩 초낭의 흉계로 길동을 제거하기로 하고, 부인과 형의 허락을 받아 11살 길동을 죽이기로 자객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쟁점: 신분제도>
허균은 서자가 아니나, 평등한 세계를 꿈꾸는 인물이었고, 일곱명의 서자가 역모를 꾸민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모함으로 참형을 당한다.

당시 집권했던 서인의 평가가 <광해군 일기>에 있다.
˝그는 천기간의 한 괴물입니다...
그 몸뚱이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여도... 찢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기득권의 분노가 무섭다.

나는 장애인 차별을 생각한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애학생 부모, 주위 시선으로 집에만 있는 장애인.

우연히 돌진하는 차를 피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될 수도 있지만, 당장 내가 사는 곳에, 장애인이 있으면 이래저래 불편하다. 장애인들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길동도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게 해달라, 사람으로 관직에 나가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영웅적인 능력과 재미를 갖춘 홍길동전의 시작은 차별없이, 사람답게 살도록 해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 24쪽 /
하루키 월드의 빛나는 다이아몬드인 <노르웨이의 숲>
기억에 관한 책 같다. 17세에 만난 두 친구와의 추억, 자살, 청춘의 방황, 삶과 죽음을 따라 20살에 꼭 읽을 소설로 꼽힌다.

(1장) 기억과 추억은 당연히 다르다. 머리속에 기록된 사실인 기억 그리고,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하는 쫓을 추, 생각할 억 追憶 추억.

37세의 와타나베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1969년 겨울 20살을 추억(?)한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시간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10쪽

1장에서 ‘추억‘은 단1번, ‘기억‘이란 단어는 13번 등장한다. 이쯤이면, 등장인물에게 바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은 기억이고, 그 기억들이 모여 의미를 가지면 문장처럼 추억이 되는 건가? 기억은 머리로 추억은 가슴으로? 아픈 것은 기억, 그리운 것은 추억?
기억은 1:1, 추억은 1:다수 N 그리고 추억은 아름답게 포장되어 가끔 있는 선물, 고이 간직한 보물상자라고 생각 해 본다.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 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24쪽

단어상 느낌일 뿐이지만, 묘하게 신경 쓰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창, 로프 등 49편의 고전영화를 즐기는 애나, 집 안에서 건너편 집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많은데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잘 읽힌다. 속도감도 뛰어나고 독자를 쥐락펴락 한다. 히치콕 말하는 스릴의 정석. 살해당한 제인의 실체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이 보이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데, 맥거핀의 일부로 보인다.
메를로 레드와인과 주말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