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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여러분은 혁신기술이 이끄는 미래사회를 어떻게 상상하시나요?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유토피아가 되었던 디스토피아가 되었던 모두들 한번쯤은 각자의 생각과 경험에 의해 각기 다른 미래를 그려보셨을 겁니다. 미래사회 ! 그것은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기술문명에 종속되어 결국 모두를 한덩어리로 묶어 버리는 보편사회로의 진화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하게 됩니다.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이 반드시 사실의 진위와 같다고는 볼 수 없을겁니다. 지난 날 읽었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에서 그려진 디스토피아나 조지오웰의 '1984'의 그것이나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은 오간데 없고, 단지 인류의 한단계 진화라는 사실에만 주목하여 그것이 인류의 보편타당한 진리이며 결과라는 착각으로 귀결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 "제로 - 나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의 진보와 이에 따른 편리함과 안락함이라는 울타리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성 상실의 감시사회를 여과없이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소설 "제로"의 줄거리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개개인의 삶과 안전을 보장하며, 좀 더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와 그 권력기관 ! 그리고 이에 맞서 이를 폭로하고자 하는 "제로"라는 정체불명의 조직 !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이며 소설의 주인공인 "신시아" 그리고 전 세계의 수십억명의 사용자 정보를 가지고, 각 개인에 맞춤화된 최적의 코칭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로미사" 어쩌면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주체들의 연관속에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에 물듯 스피드있게 진행됩니다.
"각 개인에 최적화된 편리함을 주는 대신 각 개인을 정보를 수집하여 새로운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소설 속 "프로미사"는 언뜻 세계적 IT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을 연상케 합니다. 그들이 우리들의 정보를 디지털화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단순히 사업적 성공 이면에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지는 않을까요?
무심코 전달한 우리들의 수많은 개인정보와 관련 데이터들이 처리되는 과정 그리고 분석되는 과정 그리고 궁극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그들이 미리 정해놓은 "최적화된 편리함" 속에 안주하고, 그 이면을 보려는 시도는 망각해 버린건 아닐까요?
본 소설을 읽으면서 또 다른 책이 한권 생각납니다. 데이터 과학자로 유명한 캐시오닐이 쓴 "대량살상 수학무기 Weapons of Math Destruction"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빅데이터가 인간의 무의식까지 통제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궁극적으로 사회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됨을 여러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에 대한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어떤 제약도 없이 수집되어, 수상쩍은(불투명한)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를 점수화하고 평가내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나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말은 곧 개인과 우리 사회를 데이터로 통합하고, 이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음으로 직간접적으로 감시나 통제가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알고리즘의 노예가 된 노동자들"로 가득찬 사회에서 다시금 1984의 빅브라더를 맹목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일단 소설로서의 독서의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재미로서만 끝나지 않는 묵직한 경계(警戒)의 변(辯)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