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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 기회에 AI만 잘 도입하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입을 모아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화두는 역시 'AI를 통한 디지털 전환(AX)과 혁신'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기존 자동화 공장이나 RPA, 메타버스 등 수 많은 프로젝트들이 이런 기대감 속에서 출발했지요.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시스템은 잘 돌아가는데, 왜 일은 더 힘들어졌지?'라는 푸념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조사에서 상당수의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중간에 접고, 그마저도 투자한 돈을 뽑아낸 곳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통계를 봤을 때도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박종성 컨설턴트의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는 이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답을 구하는 체계적인 혁신 해부서라고 생각합니다.
GM, BBC, MS, 월마트, 메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 예산과 최첨단 기술을 투입하고도 왜 허무하게 무너졌는지를 25가지 실패 사례를 들어 '메타 착각'이라는 인지적 함정을 분석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기술 컨설턴트로서 LG CNS에서 AI, 최적화 프로젝트를 다뤄온 저자의 시각으로 인해 현장 디테일과 이론을 균형있게 결합해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누군가의 무능이 게으름을 탓하는 대신, '문제를 제대로 보지않고, 기술이라는 답부터 들이미는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를 '메타 착각'이라는 부릅니다만, 이 때문에 경영학적 관점에 더해 '인지 심리학'에 가까운 인사이트가 더해진 느낌입니다.
책은 1900년대 전기 혁명으로 부터 최근 생성형 AI까지 근 100년 동안의 기업 실패 패턴을 5가지 메타 착각이라는 이름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도구를 들여오면 생산성은 저절로 뛸 것이라는 믿음, GM의 '불꺼진 공장' 실험처럼 로봇이 차체를 찢고, 페인트를 서로 뿌리는 처참한 결과, '일본 도장 로봇', '메타버스 오피스 도입'은 일하는 방식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도구가 낡은 관행을 고착시킨다는 교훈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둘째, 충분한 데이터와 복잡한 시스템이 정답을 준다는 일종의 착시 현상, '질로우의 부동산 알고리즘 손실', '폭스마이어 물류 파탄', 'BBC 디지털 프로젝트', 'MS 챗봇 테이'의 '혐오 인격' 변질 등은 데이터가 중립적이지 않고, 맥락을 무시하면 위험하다는 점을 극명히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인간 개입을 줄이면 완벽해질 것이라는 생각, '셀프 계산대의 그림자 노동의 증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아군 공격', '자율 주행 사고'는 시스템 설계, 예외 감지, 윤리 검토에서 인간이 빠지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설명해 보여주었습니다.
넷째, 완성도 높은 제품이 시장을 만든다는 기술 만능 주의, '세그웨이', '퀴비', '구글 글라스', '스마트 시티'의 실패는 '만들 수 있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사용자의 절실한 문제를 묻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섯째, 강력한 리더십이 혁신을 만든다는 그릇된 믿음, '런던 구급차 마비사건', 'GE 디지털 전환의 절반의 성공', '성급한 결정에 따른 팬데믹 원격 수업의 실패' 등은 횃불과 채찍을 든 리더십이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마치 도박처럼 변질된 사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서의 장점을 들자면... 실패를 다루면서도 냉소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일겁니다.
각 장 끝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는 사전 부검 체크리스트'는 우리 프로젝트에 착각이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게 하며, 저자의 다양한 현장 경험이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잘 메워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기술은 질문을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AI나 자동화라는 슬로건 보다 '문제정의', '멈출 수 있는 용기', '인간과 시스템의 균형'이 진짜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귀한 인사이트가 있는 책입니다.
혁신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리더나 실무자라면, 큰 자본 투입 전 자체적으로 저자의 메타 착각에 빠져있지 않을까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