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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평점 :
엔비디아(NVIDIA)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시가총액 1위 반도체 기업' 혹은 'AI 시대의 빅테크 승자'와 같은 화려한 결과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회사든 진짜 비밀은 그들의 재무제표를 포함한 실적표 뿐 아니라 매 분기 닫힌 회의실 안에서 오갔던 질문과 대답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WHAT) 만들었는가'가 아닌 '어떤 기준으로(HOW) 결정했는가'를 들여다 봐야, 그 회사의 진정한 성공의 원동력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엔비디아 DNA>는 전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인 '유응준 대표'를 통해 그 회의실 깊숙한 곳의 공기를 그대로 전해줄 듯 하여 읽기 전 부터 호기심을 가지게 된 책입니다.
7년 간 분기마다 젠슨 황과 마주 앉아 한국과 글로벌 전략을 함께 짰던 저자는 단순한 '지사장'이 아니라 한국에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국내 AI 스타트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직접 설계한 실무형 리더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목차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책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첫째는 젠슨 황이라는 개인이 30년 넘게 유지해 온 집착의 패턴을, 둘째는 엔비디아가 고객과 생태계를 정의하는 방식을, 셋째는 AI 전환기에서 조직과 개인이 어떤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다루고 있답니다.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이 책이 '젠슨 황이라는 AI 시대의 위대한 CEO'에 대한 찬양기가 아니라 '실제로 옆에서 지켜 본 내부자의 냉정한 기록'이라는 점일겁니다.
책의 초반부에 강하게 느껴지는 건 역시 '젠슨 황의 집요함'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를 '천재라기보다, 절대로 속도를 늦추지 않는 노력형 리더'로 그리고 있습니다. GPU 사업이 막혔을 때도, CUDA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내부 반대에 부딪혔을 때도, 젠슨 황은 '다음 분기 실적'보다 5년, 10년 뒤의 컴퓨팅 구조와 생태계를 먼저 떠올리며 결정을 내렸다고 회고 합니다.
저자가 기억하는 회의실 내의 젠슨 황은 불확실한 숫자 앞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우리가 믿는 원칙이 뭐냐'를 반복해서 묻는 인물이었던 겁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결국 전략의 차이는 정보가 아니라 '판단의 기준'에서 갈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축은 역시 고객과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엔비디아의 진짜 고객은 GPU를 사는 회사가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와 파트너'라는 사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한바 있습니다. 책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일관되게 드러납니다.
단일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툴 그리고 커뮤니티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이 생태계에 들어오면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고 설득하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엔비디아는 경쟁사보다 가격이 비싸도 선택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GPU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개발자가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이 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엔비디아가 늘 '1등이 아니면 실패'라는 기준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는 점입니다. 저자가 회상하는 회의실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냐, 아니면 다시 설계해야 하느냐'가 주요 질문이었습니다.
성장 중에도 끊임없이 제품 라인업을 갈아엎고, 상장 직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위기'라는 메시지를 전사 메일로 돌리는 문화는 한국 기업의 무사안일 주의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불편하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축은 AI 전환기에 조직과 개인이 취해야할 속도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AI 시대는 모든 회사가 직접 AI 칩을 만들고 모델을 학습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어떤 플랫폼과 생태계 위에서 가속할 지'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짚게 배어있는 느낌입니다.
엔비디아 내부에서 분기별 리뷰를 '비즈니스 리뷰'가 아니라 '이노베이션 리뷰'라고 부르며, 매번 '우리는 어디에서 새롭게 앞서가고 있는가'를 점검한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미팅 네이밍을 넘어선 문화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책의 후반부는 우리나라 이야기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코리아가 어떻게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설득해 AI 인프라를 함께 구축했는지, 한국이 가진 제조, 인프라, 인재의 강점을 젠슨 황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5년이 한국 AI 산업에 왜 치명적으로 중요한 시기인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이어집니다.
책을 읽고 나면, '한국이 AI 시대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추상적인 고민이 '어떤 산업과 기업이 엔비디아 생태계와 손을 잡을 때 가장 큰 레버리지가 생길까'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본서가 젠슨 황을 단순히 우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그를 극단적으로 몰입하고 때로는 고집스러운 리더로 그리면서도, 그 강한 에너지가 어떻게 조직 전체의 속도를 끌어올렸는지 책 전반에 걸쳐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본서는 단순한 성공신화를 넘어, 성공을 위한 집요함이 어떤 의미인가를 간접 체감케 하는 현실적인 기록이 아닐까 합니다. 동시에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더 이상 미래를 경영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구호가 아닌 실제 사례로 설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30년 간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 젠슨 황의 집착의 구조를 통해,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판단의 기준과 실행의 속도'라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본서의 핵심 인사이트라 믿으며 그대로 인용해 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엔비디아는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이 도구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 결국 이 시대의 기회를 가져간다"
불확실한 AI 시대에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조직은 어떤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지 그리고 개인은 어느 생태계에 올라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