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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 지금 모든 자본은 AI를 향하고 있다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 지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라는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대한민국 상장기업 전체를 능가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기술의 진화가 아닌 문명 자체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자본의 흐름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단순한 기업가치의 변동이 아닌 인류 문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변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기술이 예측을 추월하기 시작한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는 이러한 혁명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을 제시합니다. 사실 제목은 트렌드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자본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따라가며 다가올 미래 사회의 구조를 예측하고, 그 속에서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요.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점은, 단순히 저자가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 정치, 산업, 문화를 횡단하는 통찰력을 지닌 관찰자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관점은 독자들에게 AI 시대를 이해하는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생각합니다.
본서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AI를 기술의 관점이 아닌 다소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저자는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기술 중심의 질문에서 "누가 AI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라는 권력 재편의 질문으로 담론을 전환합니다.
이는 마치 어두운 방에서 전등을 켜듯, 우리가 AI 혁명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준다 생각합니다.
AI의 알고리즘의 정교함이나 처리 능력 뿐 아니라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거대한 자본과 데이터,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전체라는 관점의 전환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 진단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AI 기업의 80%는 향후 5년 내 파산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이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현실적 진단이라 봅니다.
더불어 책 속에서 다뤄지는 엔비디아의 독점 전략, TSMC와의 반도체 공급망 전쟁, 그리고 각국의 소버린 AI 추진 현황은 기술 경쟁이 얼마나 자본력의 싸움으로 귀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국이 반도체, 제조업, 플랫폼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유일한 국가라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이 기회를 잃을 경우 비용이 얼마나 막대할 것인가라는 위기감도 함께 밀려옵니다.
책에서 강조되는 또 다른 흐름은 AI의 진화 단계를 추적하는 부분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 시대를 지나 이제 AI가 물리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피지컬 AI) 이 핵심적으로 다뤄집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전을 넘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웨이모의 100대 자율주행차가 작년에만 550만 명의 탑승객을 운송했고, 중국의 자율주행 택시는 이미 400대가 사용화 단계에 있다는 점은 이것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런 통계들을 마주치면서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초조함입니다. 우리가 이런 변화들을 뉴스로 접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상화되고 있는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피지컬 AI의 확산이 가져올 영향은 노동 시장 전체의 지각 변동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AI가 해결할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이는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에 위협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생과 고령화는 흔히 암울한 미래로 묘사되지만, 만약 우리가 피지컬 AI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한다면 이것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지정학적 경제학적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을 비교 분석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소프트웨어로서 생성형 AI의 성능을 날로 개선하는데 노력한 반면, 중국은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에 국운을 걸고 있습니다. 이는 두 강대국이 같은 목표를 향해달리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전략이 소프트웨어 우월성에 기반한 것이라면, 중국의 전략은 물리적 세계의 자동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향후 10년 글로벌 경제 판도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두 길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을 개척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울러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 '팬덤 경제'와 '메타 인더스트리'에 대한 분석입니다.
저자는 레거시 권력이 학벌과 자격에서 소비자의 선택, 즉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위프트노믹스'와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영향력이 단순한 문화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체제의 신호라는 인사이트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제는 생산 요소의 결합과 효율성에 관한 것이지만, 팬덤 경제는 감정, 취향, 소속감이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특히 저자가 한국의 K팝과 드라마 등 강력한 팬덤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대형 K팝 콘서트장, 드라마 체험장, 의료관광을 연계한 팬던 경제 인프라 구축이라는 구체적 제안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경제화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기술 부족이 아닌 전략의 부족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핵심은 '데이터 주권(Sovereign AI)'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과 AI 알고리즘 개발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질 수 있지만, 한국은 자국민에게 최저화된 플랫폼을 통해 독자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라 믿습니다.
예컨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지역 특화성을 갖게 됩니다. 이는 마치 '약자의 무기'를 찾은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뒤처지지만, 한국이라는 특정 시자에서는 독점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통계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위협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한국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지닌 자산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AI 시대를 황량한 디스토피아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제와 보호주의로 일관했던 유럽의 사례를 통해 혁심을 거부할 때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준비하고 혁신하며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자본이 AI 산업에 대규모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30년 전 인터넷이 그랬듯, AI 역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인류의 또 다른 혁명을 촉발할 것입니다."
저자가 여러차례 강조하듯 이제 시작되는 AI 대전환기에 우리의 반도체, 제조업, 그리고 플랫폼은 분명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