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미래
박광일 지음 / 렛츠북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공기업을 포함한 공무원 조직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의를 할 때면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의 비대화와 그에 따른 유연성 부족 그리고 비효율성" 입니다. 당연히 기존 정해진 규칙과 틀안에서 그리고 지침에 따라서 모든 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공무조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존 "관료주의적 행정"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변화와 그에 따른 기업과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오대수 !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 !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의 한 마디가 요즘 관가의 유행어라고 하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신경쓰는 근시안적인 행정 조직의 행태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현 시대를 "행정의 위기"라 말하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하는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르는 공무조직의 역량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본서 "행정의 미래"에서는 그 원인으로 2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윤리적 문제로 행정이
이익 집단화되어 더이상 사회 정의실현을
추구하지 않는다 !


둘째는 시스템적 낙후성으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결정 체계와 조직 운영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

본서의 목적은 이러한 무능과 이익집단화 경향으로 흐르는 행정의 위기상황에서 좀 더 혁신적인 행정의 접근방법을 통해 잃어 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복원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한 문장 한 문장 다년간의 정책입안자로서의 커리어를 가진 저자의 깊은 고민이 묻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본서는 아래의 순서로 논의가 진행됩니다.

Part 1에서는 제도화된 무능과 부패로 이미 이익집단화 성향을 띈 행정의 위기를 추적합니다. 즉, 위기의 진짜 원인은 국민이 아닌 조직의 이익만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행정의 내부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예를 들고 있지요. 세월호 참사의 '해운마피아 문제', '서울시의 우면산 터널 민자사업'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제' 등.. 정형화된 형식의 정형화된 과정에 따라 정책을 생산하는 창의성이 결여된 단순한 루틴구조..  그리고 정부 역할의 모호성으로 인해, 실제로는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

Part2 ~ 4까지는 주로 경제학과 정보기술의 도구를 통해 행정 정책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보여줍니다. 즉, Part 2에서는 주로 정보 전략과 행동주의 경제학을 통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Part 3에서는 상호작용과 변화를 포함하는 상대성과 게임이론에 기반한 접근법을, 그리고 Part 4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행정의 효율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로 사고하는 합리적 존재인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합리성'이라는 가정이 현실에서는 거의 실현되지 않음을 예로 듭니다. 오히려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이라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존재' 그리고 '경제적 존재'로 행동양식을 구분하여 접근하는 행동주의 경제학적 관점으로 정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일견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이제 행정은 과거의 지배적 지위에서 추락하여 더 이상 일방적 규율이 통하지 않는 시대와 조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와 대등한 관계에서 그라운드에 서야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성'과 변화관리'의 관점이 중요하지요. 이제는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현실을 이해하고 전략적 선택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생산하고, 이에 참가하는 게임 플레이어(기업과 가계)들의 전략과 그 결과를 예측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예시한 과거 서울시에서 시행한 택시앱인 '지브로'의 실패와 '공갈협박범의 역설'은 저자의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적절하다 여겨집니다.

3차 산업혁명시대로 부터 이어져오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이 그 기반 기술의 쉼없는 발전으로 인해 이제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는 커다란 진보를 이뤄낸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행정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이러한 정보 기술적 접근은 당연한 시대적 귀결이라 생각됩니다. 데이터 과학이 정책 대상에 대한 올바른 타게팅을 가능케하고, 의사결정과 성과분석까지 돕는 커다란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자는 단언합니다.

데이터 기반 행정이 행정의 새로운 비전이다 !

모든 결과는 숫자나 확률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데이터 만능주의는 경계해야겠지만 단순 소모적인 정책 결정권자들의 입씨름 흥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검증된 정책 효과 분석이 실제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기업의 데이터 활용과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의 합리성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지요. 데이터는 고정관념을 허물고, 자신의 생각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 들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사 안일주의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현 행정관료들의 인식을 일순간에 해소할 절호의 비책임을 믿습니다. 그러나 성급하게 과실을 따려던 지난날의 보여주기식의 행정에서 벗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의 기초가 될 데이터 기반을 착실히 다져야 행정의 미래가 담보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개인이나 기업 할 것 없이 "자율과 분권 그리고 최적화"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본질인 행정조직 또한 그들과 함께 변모를 거듭해야 합니다. 정책 실패를 반성하고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 그들을 새로운 판의 승리자로 만들어 줄 조연의 길을 모색해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본서에서 제시하는 많은 솔루션들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고뇌와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비수를 들이대는 내부고발자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또한 저자의 그런 깊은 관념의 끝에는 "좁은 길을 묵묵히 가는 행정이 결국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올곧은 진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기에 읽기 쉽지 않은 책임에도 완독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답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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