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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 How to Train Your Dragon
영화
평점 :
현재상영
Preview 사실 이번 달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아랫글에 합격했다고 지랄발광 쌩쇼를 한 교육생 코스는 오전 10시까지 집합하라는 바람에 아침잠은 날라갔고 달님공주는 긴급히 친정으로 호송됐다.(...) 집안은 개판이고 교육 끝내고 오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기 일쑤다. 약 1주간을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달님공주는 엄마가 자기를 안 봐준다고 완전 왕따 모드가 되어 있었다. 엄마 미워! 딴엔 엄마한테 화풀이한다고 꺼낸 말이지만 쪼끔 가슴이 뜨끔하다. 그래서 오늘은 경사스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온가족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에서 받은 적립금도 다 떨어져 간다. 으음... 이렇게 블로그를 비워 놓으면 곤란한데.
바이킹의 세계,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둘이 만났다?
용맹한 바이킹과 사나운 드래곤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버크섬.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은 드래곤 사냥에 소질 없는 마을의 사고뭉치.
어느날 그는 부상 당한 드래곤, ‘투슬리스’를 구하게 되고, 아무도 몰래 그를 돌본다.
서로를 알아가며, 드래곤들의 친구가 된 ‘히컵’.
그들과의 새로운 생활을 만끽하던 ‘히컵’은 드래곤들의 위험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불멸의 드래곤과 바이킹족 이단아의 만남!
2010년 5월, 그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이 시작된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지뢰밭, 주의 바람>
사실 쿵푸팬더를 무지 재미나게 봤었기에 속편이 꼭 제작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기대 없이 갔던 [드래곤 길들이기]에 난데 없이 쿵푸팬더의 향기가 풍기는 게 아닌가? 무슨 양산형 판타지 소설 이름같이 생긴 제목[드래곤 길들이기], 애들 손에 이끌려 아무 기대 없이 끌려 가는 부모님이라면, 껏해야 애들 만화겠지 여기고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절대 그러지 마시라... 고, 말했음 좋겠지? 아니다. 그냥 그대로 가셔도 좋다. 그래야 이 영화를 더욱 재미나게 보실 수 있을 테니까. 아이들도 물론이고 어른들도 만족해서 나오는 영화다.
1. 우리들은 요괴인간바이킹이다를 외치는 근육질 아빠, 왠지 모르게 핏속에 국수 국물이 흐른다는 그분의 향기가?
우리 분수에 무슨 쿵푸냐를 드높이 외쳤던 포의 아버지와 피규어 오덕 아들 포의 갈등 구조는 제작진의 차기작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순수마초 바이킹인 족장 아버지와 국민약골 이윤석씨도 한 수 접을 것만 같은 바이킹 약골 아들 히컵 사이도 그다지 따사롭지만은 않다. 드래곤이라면 철천지 원수라고 치를 떠는 아빠 앞에 도저히 드래곤 키울래요를 입밖에 낼 수 없는 불쌍한 아들 히컵의 분투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안쓰럽기 그지 없다. 아니, 이 경우에 불쌍한 건 아들이 아니라 아들이 주워온 드래곤이랄까? 왜 하필 잡혀도 그런 비리비리한 놈한테 걸려가지구...
2. 시푸 사부와 타이그리스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이분을 보라, 미소녀 츤데레여전사 아스트리스
쿵푸팬더의 히로인 타이그리스도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아가씨였지만 아스트리스도 까칠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여전사다. 까칠하기만 하면 다행이게? 바이킹 또래 친구들 중에서도 발군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뚱보 팬더는 고사하고 부실하기로는 국민할매 김태원도 울고 갈 사고뭉치 히컵에게 그녀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그대랄까. 그런데 이 걸어다니는 해골 자식이 어느 순간부터 슬슬 아스트리스의 신경을 긁기 시작한다. 방패도 제대로 못 드는 게 감히 자기도 상대하는 데 쩔쩔 매는 드래곤을 갖고 놀다니, 괘씸하고 짜증난다. 아무래도 저 자식한테는 뭔가 비밀이 있다. 그것도 남들한테 들키면 매우 곤란할 그 무엇이...
3. 바이킹계의 엄친아국민약골 히컵, 불쌍한 히어로 뽑기 대회나 한번 만들어 봐?
지가 무슨 바이킹계의 하이디라고 드래곤과의 교감을 주장하면서 바이킹과 드래곤의 수십년간의 전쟁에 초를 치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이킹 최고의 전사 족장님의 아드님 되시겠다. 아빠의 바램은 간단하다. 가질 거 다 가졌지, 남들보다 머리가 나쁘길 하나, 사지 모자란 데가 있나. 그가 보기에 아들에게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은 바로 마초성패기와 투지다. 그런데 아들은 번번이 엇나가기만 한다. 뭘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길 하는지, 남들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주워온다는데 이눔의 자식은 주워 왔다는 게 자기가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그 파충류다. 어느 집에나 이런 아버지는 존재한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오로지 나를 따르라를 외치는 불도저식 아빠가. 이런 아빠 밑에선 자녀들도 참 피곤하기 마련이다. 자기가 뭐 원해서 약골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원... 족장 아들이라지만 누가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 사이에선 왕따 당하기 일쑤에 좋아하는 여자애는 자기하곤 전혀 다른 바이킹계 엘리트... 나 같으면 세상 살기 참 피곤할 거다. 하긴, 빈곤한 히어로계의 스파이더맨을 따라오기는 아직 멀었겠지만.
4. 드래곤과의 교감이 이끌어낸 최고 드림팀, 드래곤 전대(...)도 놓치지 말것
이 영화 최고의 백미는 단연 청소년계 바이킹 드래곤 전대... 아니 히컵과 친구들의 드래곤 비행일 것이다. 드래곤의 레어에서 튀어나온 여왕벌 드래곤을 앞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 히컵은 훌륭하게 드래곤과의 교감에 성공해 친구들과 함께 바이킹족을 구원하기 위해 돌진한다. 인물 각각의 특성에 딱 맞춘 듯한 드래곤들과 용기 있는 친구들의 비행 전투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실 3D로 보면 이 장면이 그렇게 멋있다는데, 우리는 아쉽게도 디지털로 봐서 스릴감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다. 히컵이 베테랑 드래곤 조종사라면, 풋풋한 쌍둥이 조종사와 목 두개 달린 용들의 곡예 비행은 서비스다. 하여간 이 장면은 절대 놓치면 안될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
5. 더빙이 대박, 꼭 보시라
아, 쫌!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딧 쯤에 성우 이름 좀 넣어 주면 안돼? 를 진짜 절실하게 외치고 싶은 요즘, 더빙 작업 하느라 고생하셨을 성우님들의 이름을 알지 못해 못내 아쉽다. 공주와 개구리 때도 그랬지만, 영문판 성우 이름만 표기되었을 뿐 우리말 더빙의 성우 정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 봐도 원판 성우 이름만 나오고 우리말 성우진의 이름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긴 요새는 더빙판보다는 원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말 더빙을 맡은 성우님들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발 주인공 성우분 이름 좀 알려달라구! 내 데이터베이스엔 없는 목소리란 말이다아 ㅠㅠ 앗싸뵹 망했다 애드립하신 분 제발 성함 좀 알려주세요 ㅠㅠ
※긴급 수정, 엔딩 크레딧 맨 끝에 국내 스텝진 목록이 뜬다는 정보를 입수. 관심 있으신 분은 챙겨 보시길 권하겠음.
...어쩌다 보니 스포가 도처에 널린 글이 되어버렸는데... 주인장이 영화에 뿅간 관계로 하얀 글씨 처리는 하지 않음을 밝힌다.(...) 하여간 올해 본 어린이 대상 연령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다. 안 보신 분 서두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