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 Clash of the Tita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남편과 내가 자주 하는 우스개가 있다. "당신 나를 너무 잘 알아, 밤길 조심해..." 한 5년쯤 치고박고 살다(?!)보면 서로 말 안해도 아는 게 있는 법이고, 그렇게 우리의 이심전심을 확인할 때마다 나오는 소리가 이거다.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라는 의미 정도 될까나. 내가 무비매니아 활동 하면서부터 남편은 주말마다 폼잡고 영화 보러 가자고 꼬시는데, 이번에 보자는 건 [타이탄]이다. 아항, 그 뻥뻥 터지는 액션활극 역사물 그거 말이지? 내가 보고 싶은 건 알아 가지구... 당신은 역시 내 취향을 알아, 밤길 조심해...  

신들의 왕 제우스(리암 니슨)와 그의 전지전능함을 질투한 지옥의 신 하데스(랄프 파인즈)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인간세상이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아버지 제우스에게서 물려 받은 강인함과 인간인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자비로움을 갖춘 영웅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인간들을 구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난다. 천마(天馬) 페가수스를 탄 채 군대를 진두 지휘한 페르세우스 앞에는 전설의 메두사를 거쳐 해저괴물 크라켄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는데…

타이탄의 페르세우스는 정극의 형식을 취했으되 신화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페르세우스의 상대역은 이오가 아닌 안드로메다여야 하며 안드로메다를 습격하러 오는 괴물도 크라켄은 아니다. 요는 해석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차이인데, 나는 이런 문학적 재해석을 저어하진 않는 편이다.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는 더한 문제아가 있지 않은가. 바로 [타이탄] 바로 이전에 간판 내린 꽃미남 파더콤(?) 퍼시 잭슨 말이다. 

영어 이름 Persy는 바로 Perseus에서 유래한 것 

타이탄과 퍼시 잭슨의 차이는 정극과 패러디의 차이다. 퍼시 잭슨은 현대에 사는 미국의 고등학교 학생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Persy라는 이름이 페르세우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도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둘이 같은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 퍼시 잭슨은 가상현실에서 존재하는 데미갓이고, 페르세우스는 아이폰을 코앞에 갖다 대도 싸우는 데 방해되니 저리 치우라고 말할 고대인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나는 [타이탄]을 볼 때 퍼시 잭슨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두 인물은 우연하게도 비슷한 여정을 걷고 있다. 페르세우스를 특징짓는 메두사와의 대결 장면이 그렇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에서는 이 장면을 메두사로 분한 우마 서먼 언니가 수고해 주셨고, [타이탄]에서는 웃음 소리가 무척이나 악독하신 나탈리아 보디아노바가 열연했다. 

원작을 따르느냐, 오리지널을 만드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신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물이기에 원작을 충실히 따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신화를 메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화의 소재를 차용한 것이기에 보다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수 있었고,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오락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타이탄]도 기본적인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영화의 단점은 페르세우스 신화를 극의 메인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당연히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장치들을 원작과 비교하려 들고, 다른 게 있으면 갸우뚱하기 마련이다. 왜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가 아니라 이오한테 가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재해석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런데 개연성이 전혀 없는 재해석이라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퍼시 잭슨이나 타이탄은 똑같이 오락성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이고, 필요 없이 늘어지거나 원작에 충실한답시고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런데 [타이탄]은 좀 많이 엉성한 느낌을 줬다. 예를 들어 퍼시 잭슨이 신의 능력을 그토록 거부하는 이유도 설득력이 없었고, 게다가 아들네미 장가 들여 주려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주는 센스? 이건 거의 개그다. 물론,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꽃미남 파더콤 퍼시 잭슨과 민폐 만땅 파파보이 페르세우스, 누가 더 낫나? 





글쎄, 둘이 찌질하기로는 막상막하 아닌가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나는 퍼시 잭슨의 손을 들어 줄 것 같다. 일단 애가 이쁘게 생겼고 난 샘 워싱턴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헉, 내 귀에 둘이 동시에 좌절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런데 골라 봤자 그게 그거 같은 이유는 뭘까. 너네 둘다 파더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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