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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 - Pocket Monsters Diamond & Pearl the Movie: Arceus: To the Conquering of Space-Ti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포가 많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하얀 글씨 부분을 드래그하지 마세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일부러 예매까지 하고 보러 간 올해의 영화.
우리집 달님공주야 대만족이었고 볼거리가 많아서 어른들 보기에도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1.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봤다. 집근처라 자주 이용하게 되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탓에 평소엔 깔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휴일이 되니 역시 사람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2. 극장 입장 전에 백화점 앞에서 간단하게 캐롤공연이 있었다. 분위기 확 살아서 좋았다.
3. 극장안 매점 앞에서 팽도리와 피카츄 인형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캐롤도 그랬지만 우리 달님공주는 호기심만 보일 뿐 다가가서 안아볼 숫기는 없어 보였다^^; 피카츄 귀마개, 피카츄 인형, 피카츄 모자 등등 사주고 싶은 건 많았지만 달님공주는 소심하게 5000원짜리 스티커북 한권만 골라왔다.
4. 상영관 안이 애들로 바글바글해서 사실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만큼 많이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오프닝 전에 뜬금없이 나옹이 나와서 왠 닌텐도 DS얘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관람객에 한해서 왠 게임 캐릭터를 다운받게 해줬단다. 그래서 그런지 닌텐도 DS를 갖고 오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띄었다.
5. 일단 전개가 시원시원하게 잘 나가고 펑펑 터지는 게 많아서 내 기준엔 합격(...)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만 4살짜리 달님공주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포켓몬 많이 나오는 재미에 불편하지는 않아 보였다.
6. 성인 대상 영화에서도 타임리프 소재는 논란이 많이 되는 부분인데,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현재를 기점으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아니면 미래를 미리 알고 사건의 인과를 바꿨을 때, 다시 처음의 현재로 돌아간다면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경우 주인공이 원하기만 하면 테잎 돌리듯 과거로 다시 리셋할 수 있었고, 리셋했을 경우 그 전에 겪었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이 되어버린다. 이런 경우 타임리프는 단순히 수직선상의 좌표 움직이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비해 [퓨쳐워커]에서의 시간개념은 좀더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래를 미리 예견하고 재난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무녀 미는 미래를 읽을 뿐 바꿀 수는 없고, 그녀를 통해 미래를 예견한다 해도 그 미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것을 애통해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멈춘다 해도, 전체적인 시간축은 완전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간축에 의해 따라잡힐 뿐이다. 앞의 경우의 시간축이 단순한 수직선이라면, 이 경우의 시간축들은 대사 그대로 "커다란 강을 따라 내려가는 수많은 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초월적인 수단을 통해 과거나 미래의 사건에 개입하는 소재를 다루는 매체는 많았다. 그 때마다 나는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이해한 부분도 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시간 이동 전의 아르세우스는 다모스에 의해 배신당했고 생명의 보옥을 돌려받지 못했다.(그거 없으면 죽는다며?-_-) 시간 이동에 의해 주인공 일행은 다모스와 아르세우스의 오해를 풀었고 보옥을 돌려주었다. 다시 디아루가가 일행을 현재에 되돌렸을 때 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아르세우스는 보옥을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나 있었다.
여기서 시간축이 일직선상이라면, 과거의 아르세우스에게 보옥을 돌려주었으니 문제는 다 해결된 셈이다. 당연히 아르세우스가 현재에서 다시 화를 낼 이유도 없고 전투가 벌어질 수도 없다. 그런데 전개가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았으므로 영화의 시간축은 수직선이 아닌 셈이다.
그러면 영화의 시간축은 복합선상일까? [드래곤 볼]의 경우 트랭크스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와 스승과 아버지를 죽인 인조인간을 죽이고 셀을 처치했지만, 자신의 시간에 돌아갔을 때 인조인간은 여전히 횡포를 부리고 있었고 셀도 살아 있었다. 과거 사건에 간섭한다 해서 이쪽의 시간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영화에서 과거의 아르세우스는 보옥을 돌려받았지만 현재의 아르세우스는 보옥을 돌려받지 못했으니 언뜻 보아 과거의 사건은 이쪽 시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아르세우스는 주인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사가 가지고 있던 보옥은 다시 아르세우스에게로 돌아갔고, 파괴되었던 마을은 "조상들의 노력의 결과물로써" 다시 회복되었다. 과거가 현재에 분명히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러면 아르세우스는 전투 전에도 주인공 일행을 기억하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전투 개시 전에 그런 언급은 전혀 없었다.
어린이 만화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약 달님공주가 디아루가의 시간이동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엄마도 몰라. 그렇게 대답하면 에미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텐데... 크흑(...)
7. 영화 보고 온 건 좋았는데 남편이 감기에 걸렸다. (...) 어쩐지 어제 연수 갖다 온 사람 치고 너무 설치더라니... 내일 연말모임 있다고 애꿎은 마누라 기대감 팍팍 심어 주더니 어쩌랴 싶다.
별달리 딴지 줄 것 없이 어린 아이들 데려가서 보기는 괜찮았다. 딱 어린이 대상 연령급답게 선정성 없고 잔인하지도 않다. 그런데 별이 왜 이렇게 적냐면 내가 본래 인색해서... 라고 소심하게 답할 수밖에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