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 - 백전백승을 만드는 경쟁의 과학
포 브론슨 & 애쉴리 메리먼 지음, 서진희 옮김 / 물푸레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승부의 세계」독자와의 승부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무한경쟁 사회다.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그토록 순한 모습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된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정말 소름끼치는 사회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닭살이 돋았다. 누구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경쟁해야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고민할 때가 많다.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더 여유롭게 살면 안 되는가?

 

 그래서 그런지 나는 경쟁에 쉽게 참여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확실한 승률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만 간혹 참여하곤 한다. 「승부의 세계」를 살펴보면 나의 이런 평화적이거나, 이성적인 승부 성향은 남자보다 여자에 가깝다.

 

 대조적으로 여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안다. 여자들은 대부분 그 토너먼트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태생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위험을 꽤 정확하게 감지하는 편이자. 여자들이 경쟁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을 즐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기에서 패할 가능성을 더 잘 인식하는 것 뿐이다.

P. 145

 

 

 

 「승부의 세계」는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은 분석했다. 스트레스와 호르몬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 획득 중심(공격)과 방어 중심의 승률, 홈그라운드의 이점, 승부에 이로운 생리적 요인, 남녀의 차이, 경쟁의 차이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 셀 수 없이 많은 분석 중에서 도대체 뭐가 옳은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낚시를 갔다. 대신 물고기를 잡아주는 건 바라지 않았지만, 낚시를 가르쳐주길 바랐다. 그 사람은 낚시를 가르쳐주기는커녕 낚시 하는 걸 보여주기만 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라는 뜻이다. 「승부의 세계」의 태도가 이렇다. 여러가지 사례와 분석을 보여줄테니 스스로 판단하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론이 날만하면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를 되풀이 하다가 결국 책이 끝나버린다. 끝까지 읽는다고 원하는 승리의 조건을 알 수 있을까 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 자칫 조금만 정신을 놓고 읽으면 핵심이 지나가버리고, 생물학적 용어도 많이 나올뿐더러, 오로지 서술형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

 

 우리 몸은 COMT 효소단백질을 만들 때 유전자 암호에 따라 수 백 개의 아미노산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만든다. 콘돈 158을 만들 때 암호가 명령만 하면 어떤 아미노산이든 만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COMT 효소가 있는데, 그 효소에는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스트링이 있으며 그중 158번째가 발린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158번째가 메타오닌이다.

P. 106

 

 

 

 이게 과연 독자에게 좋은 방향인가? 책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지적 도구임이 틀림없지만, 작가가 이토록 불친절하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자기개발서란 실생활에 유용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의 이유 중에 사고력을 기른다는 이유는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 2, 3순위로 밀려난다. 승부의 세계를 읽으면서 얻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승부의 세계를 논하면서 독자와 소통의 승리를 놓치다니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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