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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이 그랬다. 이 책은 호불호가 분명할 듯 싶은데 한번 읽고 선호도에 대한 투표를 해 보자고.. 그 말이 날 끌어당겼다. 장정일이란 작가를 잘 안다고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랬다. 이 작가의 책을 한 두번 정도는 읽어 본 거 같긴하다. 그 중 기억이 나는 것은 2008년도에 읽은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인『장정일의 공부』이다. 사실 그렇게 내용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소설로 만나본 것이 아니었으니 다른 느낌일거라는 것을 안다. 엉덩이가 예쁜 여자 정선경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소설 또한 알고는 있지만 읽어 보지는 못했으니 이 작품이 소설로의 첫 만남이 된다. 작가가 10년만에 내 놓았다는 장편 소설 <구월의 이틀> 어떤 책일까.
독특한 이름의 주인공 금과 은, 금은 광주에서 태어나 시민운동가를 아버지로 두고 대통령이 된 노무현을 따라 청와대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가족이 상경한 좌익성향의 호남형 친구이고 은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해먹은 아버지를 두었지만 친척들이 잘 사는 통에 나름 어려움 없이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된 문학적 소양이 다분히 있는 우익성향의 친구다.
둘의 만남은 서울로 이사오는 장면부터 오버랩된다. 고속도로 휴계소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던 한 젊은 부부가 노인들에게 폭언과 음식세례와 함께 빨갱이 취급을 받고 봉변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어 교통사고 장면으로 이어지고 어린 아이 혼자만 엄마의 품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목격 하게 된다. 같은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와 국어교육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고 이 독특한 인연이 독특한 친분관계를 가지게 한다. 사회는 혼란스러웠지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삶의 길만이 보일 뿐이다.
밖은 대통령 탁핵으로 아무리 시끄러워도 금과 은은 자신들의 생활에 열중한다. 금은 영어학원에서 알게 된 자신의 나이의 두배가 넘는 여인 반고경과의 성적탐닉과 쾌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다 아버지의 자살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고 은은 문학청년에서 벗어나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작은 아버지의 소개로 만나게 된 거북선생과의 함께 하며 정치가로서의 길을 가려고 한다.
워낙 사회를 다룬 소설에는 관심이 없었다. 읽어도 머리만 아플뿐 적응도 되지 않았고 내가 이렇게 한들, 의식을 바꾼들 세상이 변할까 하는 마음에 즐거운 것만 보자 행복한 것만 읽자 주의로 일관했었다. 장정일 작가의 글은 사회적 상황과 관념 그리고 성을 소설에 담아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번 소설도 야하거나 아님 침울하거나 둘중 하나려니 생각했었다. 더구나 시작은 2003년 참여정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작가가 미리 알고 썼을까 싶기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전 정권의 비리와 부정에 대한 조사, 이번에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갈 만큼 유독 파장이 컸다. 그래서 좌충우돌 그들이 겪게 되는 성 정체성의 혼란과 삶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한 명은 기성 세대의 삶을 답습하듯 지독한 현실 세계로 빠져들어 가고 또 한 명은 현실과는 점점 멀어지며 이데올로기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주인공들의 변화를 씁쓸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세상이 그래서 젊은이들조차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가 하고 말이다.
작가란 시대를 자신의 글 안에 담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도 20살의 청년의 성장기를 통해 항상 운운하는 좌익청년들의 모습이 아닌 우익청년탄생기를 다루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태생부터 주어진 환경에 따라 좌파, 우파가 되어 가는 주인공들과는 달리 주변을 돌아보면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없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더구나 요즘은 좌/우를 논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것인지에 대해 더욱 큰 비중을 두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은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다는 퓨어라이트의 모습은 별반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의 제목이 된 류시화시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수록된 시 <구월의 이틀>처럼 이제 곧 사라지게 될 대학이라는 청춘의 시기에 미치도록 공부하고 죽도록 놀라는 말이 더욱 깊게 새겨진다.
처음으로 돌아가 호불호에 대한 투표를 한다면 난 △다. 특별히 정치적이지 않고 특별히 청춘들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반감없이 읽어 내려갔다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