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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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션, 에버노트.
내가 매일 사용하는 몇 가지 앱들이다.
이 두 개의 앱은 나의 생활을 정말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 '제텔카스텐'은 이 앱 개발자들이 열광한 책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이 흠뻑 빠지게 만들었을까?


'제텔카스텐(ZETTEL KASTEN)'은 독일어로 '메모상자'란 뜻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엄청난 다작 비결이 바로 '메모상자'였다.
평상시 떠오르는 생각, 책의 문구를 간단히 메모하여 별도의 상자에 보관하였다.
상자의 메모들을 연결하여 생각을 확장시킨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 노트의 핵심이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쓰고, 모으고, 분류하여, 정리한 루만의 방법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것이다.

글쓰기는 연구나 학습, 학문에 부수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러한 글쓰기, 즉 일상 속 글쓰기, 메모하기, 초안 작업을 거의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글쓰기는 우리가 하는 작업에 필수적이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아무리 멋진 소설일지라도 그 시작은 하나의 문장이다.
위 글은 바로 이 '문장 하나'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대작을 한 번에 뚝딱하고 보여주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많은 작은 글이 모여 이뤄낸 것이다.

생산적이고 좋은 글쓰기는 좋은 메모법을 바탕으로 한다.
문서의 질과 문서 작성의 용이성은 여러분이 문서의 주제를 정하기 전에 글의 형태로 무엇을 해놓았느냐에 가장 많이 달려 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좋은 글에 대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좋은 주제를 생각하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글을 쓰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반대로 먼저 여러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잘 연결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니클라스 루만이 여러 권의 저서를 쓴 비결이다.

"물처럼 흐르는 마음"을 지니는 비결은 모든 사소한 일을 단기 기억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최종적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다음,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모두 그곳에 보관해 두고 그 일들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제텔카스텐을 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계속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기 기억을 비워주어야 한다.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 그것이 바로 제텔카스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노트이다.

아이디어를 글로 옮겨적는 것이 멀리 돌아가는 더딘 과정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써 보지 않으면 우리가 읽은 것 대부분이 아무 효과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메모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기억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잠시 뒤에 무언가 꽤 중요한 것을 보았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안타까움을 여러번 느꼈다면 이젠 메모를 해야 할 때이다.

스마트 노트에 관심이 많아 여러가지 앱들을 사용해 보았다.
누군가 좋다고 하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쓰는 것이 맞다.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러분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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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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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렸다. 스물한 살이었다."
표지보다, 제목보다 먼저 눈에, 가슴에 꽂힌 문장입니다.
헌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인지, 스물 한 살에 회사를 그만두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둘 다 일 것 같네요.


이 책 '나의 작은 헌책방'은 자기계발로 분류되어 있으나, 그보다는 에세이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향에서 헌책방을 차리고 20여 년의 세월을 담고 있습니다.

책이 팔린다고 하는 일본에서도 헌책방은 사양산업입니다.
그런데 왜 저자는 헌책방을 차리려고 했을까요?
'그냥'이라는 말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종종 들렸던 헌책방에 대한 추억이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앞길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세상에서 굳이 길에서 벗어나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순간을 헌책방이나 이끼 관찰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거대한 책이 바닷속에 있는 한 권이 책과 한마디 언어가 지금 여기 끼어 있는 이끼처럼 먼 미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망상에 빠져 있을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고작 동네 헌책 장사일 뿐인 제가 기댈 수 있는 이곳,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헌책방입니다.

입지가 좋은 곳도 아니고, 조합에 가입해 양질의 도서를 제공받은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매출이 좋지 않았겠지요.
헌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저자의 노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가게에 있는 손님을 내보내는 것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듯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조금씩 매출이 나아지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습니다.
온전히 헌책방 업무에 집중하면서부터 진정으로 운영하는 재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단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자들과의 만남, 음악회도 하였습니다.


10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하는 음악회라...
음악을 코앞에서 라이브로 즐기는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저자는 이끼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주변의 산을 다니며 이끼를 관찰하였습니다.
이끼를 수집하고, 기록한 것으로 책도 출간하였습니다.

고집스럽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저의 장래 희망은 '헌책방의 이끼 할머니'.
그게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이것이 저자의 희망사항입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보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희망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 나의 희망이 무엇이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책을 보며 느꼈던 부러움.
그냥 부러움으로 끝내어서는 안될 것 같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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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마켓 5.0
필립 코틀러.허마원 카타자야.이완 세티아완 지음, 이진원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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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이름들이 있다.
필립 코틀러는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로 이들 중 한 명이다.


이 책은 마케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본다는 그 유명한 '마켓' 시리즈이다.
'마켓 3.0'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항상 다음이 기다려졌던 책이다.
마켓 3.0에서 강조한 '인간 중심'과 마켓 4.0에서 강조한 '하이테크 중심'의 조합이 바로 마켓 5.0이다.


위 그림은 저자가 말하는 마켓 5.0의 5대 원칙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 시대를 이끌고 있는 기술들을 어떻게 마케팅에 접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마케팅이란 업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법은 변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는 당연하겠지만 마케팅에도 영향을 끼쳤다.

마켓 5.0에서 강조하는 기술 중심의 마케팅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마켓 5.0을 구현하는 첫 번째 단계다.
브랜드는 분석 엔진을 가지고 과거 구매이력을 토대로 잠재 고객이 다음에 무엇을 구매할 확률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잠재 고객에게 개인화된 제안을 보내고, 맞춤형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의 디지털 인프라는 소수의 시장 세그먼트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을 상대로 이런 작업을 하나씩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이 '데이터'이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데이터는 이제는 빅데이터로 변하였다.
이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세분화된 마케팅이 가능하다.
불특정 대다수를 향한 광고보다는 개개인을 위한 타켓 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측 분석은 고객의 과거 행동을 조사하여 미래에 이와 유사하거나 관련이 있는 행동을 보여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내에서 감지하기 힘든 패턴을 발견해 최적의 행동 방침도 추천해 준다.
이 일은 아주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마케터가 앞서나가고, 미리 마케팅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준다.

예측 마케팅은 이미 사용하고 있던 방법이었다.
예전에는 고객의 설문조사나 전문가의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하였지만, 지금은 고객이 직접 사용한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전보다는 더 적합한 예측이 가능하다.
인간과 기술의 조화에 따라 이 방법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유능한 마케터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관건은 IoT와 AI의 도움을 받아 이런 맥락 마케팅을 대규모로 펼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맥락 마케팅의 핵심은 '적절'이다.
예전에는 알래스카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하였지만, 지금은 핫팩을 파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힘든 일에 대해 좋은 결과를 얻어 성취감을 얻는 것도 좋지만, TOP에 맞는 적절한 판매가 더 유능하다.

증강 마케팅은 판매와 고객서비스처럼 인간과 인간의 접점이 대거 포함되는 마케팅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여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맡고, 인간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증강 마케팅은 인간과 기술의 분업을 통해 효율을 꾀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일은 기술로 처리하고, 인간은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처리한다.
고도화된 인간의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기업은 고객의 이동 속도를 맞추는 동시에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애자일 마케팅은 기업이 마켓 5.0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이 원칙은 기업들이 직면한, 빠르게 변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에 들어맞는다.

애자일 마케팅은 IT분야에서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애자일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빠른 환경 변화에 맞춰 마케팅도 그에 걸맞은 속도로 변해야 한다.
빠른 실행과 결과의 주기를 짧게 하여 변화에도, 피드백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마켓 5.0은 '고객 여정 내내 가치를 창출, 전달, 제공, 강화하기 위해 인간을 모방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마켓 5.0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인간 마케터의 능력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마켓 5.0은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기술로 구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기술을 통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측하여 향후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처리 능력,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기기,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마케터가 기술적 측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건 금물입니다.
기업은 종종 AI를 이용하는 마케팅을 기술 프로젝트처럼 취급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툴의 선택, 인프라 투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채용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켓 5.0에서 강조하는 것이 기술이기는 하지만, 기술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
기술은 단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켓 5.0의 핵심 논의는 기계와 인간이 고객 여정 내내 최고의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로 모인다.

이것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이다.
이 지점을 정확하고, 빠르게 찾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고, 더 나은 가치를 어떻게 줄 것인지를 인간이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기술과 마케팅의 접목에 대해 다양하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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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늘 웃어요 - 맘껏 일하면서도 허리를 잘 다스리는 법
하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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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은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만이 느끼는 고통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은 물론이고, 가사일이 많은 주부까지 많은 사람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술을 통해서도 이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리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 첫머리에 소개되는 김정한씨의 이야기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겪거나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저자는 의사이면서 자신도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으로 고생한 환자이기도 하다.

허리 통증을 다루는 책들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통증을 없애주는 방법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예방차원에서 허리를 어떻게 잘 관리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인이나 부억일이 많은 주부 등과 같이 일상 생활속에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많은 그림과 사진은 이런 정보들을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운동이나 방법을 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건강과 관련된 것이기에 특히 더 정확해야 하는데, 이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디스크성 통증이 잘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갑자기 강한 힘이 가해질 때, 두 번째는 아주 강한 힘은 아니더라도 '반복적, 지속적'으로 힘이 작용하여 디스크의 압력이 올라갈 때다.

주로 디스크라고 하면 첫 번째와 같이 '갑자기'를 말한다.
하지만 '반복적, 지속적'인 것도 디스크의 주요 원인이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 일-직장인, 주부 등-을 하는 분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일할 때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본인이 하는 일을 잘 분석해야 한다.
먼저, 일할 때의 여러 동작 중에서 주로 어떤 것을 많이 하는지, 어떨 때 가장 무리가 가는지 생각해보라.
또한, 다쳤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꼭 기억한 후 어떤 원인인지 분석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통증을 느꼈다면 늦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이 가장 빠른 시기이기도 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하지 말고, 통증이 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디스크성 통증이 발생하는 두 번째 상황은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특히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 앉아 있는 경우)를 변화 없이 장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좋은 자세로 바꾼다는 것뿐인데,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안 좋은 자세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나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나쁜 자세를 좋은 자세로 만들거나 아니면 장시간 유지되지 않게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허리통증 방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세'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이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적용하는 차선책일 뿐이지,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허리통증 방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세'이다.
지금 자세가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세인지 살펴보자.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가끔씩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허리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허리통증이 있을 때 등산은 좋은 운동이 아니다.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몇 시간 동안 걷는 행위가 좋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허리통증에는 등산보다는 주로 평지를 걷는 동작이나 수영 등을 권한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운동으로 등산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등산이 허리통증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겠다.

코어와 관련된 운동 중에서 허리뼈의 굴곡 상태, 즉 전만이 무너진 자세가 있는 것을 한다면 오히려 디스크의 압력을 올려 허리통증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윗몸일으키기와 백 하이퍼익스텐션이 있다.

하이퍼익스텐션은 헬스장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윗몸일으키기는 집에서도 많이 하는 운동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금해야 할 운동이다.
위에서 말한 등산과 함께 가장 잘못 알려진 방법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허리뼈 전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과도한 전만은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허리뼈 전만이 무너져 후만이 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하지만, 허리에 가장 좋은 자세는 사실 약간의 전만이 되어있는 중립 상태라 볼 수 있다.
허리뼈 전만이라는 용어만을 생각해서 허리뼈 전만만을 생각하다가 과전만이 되면 오히려 척추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앞으로 굽어진 자세로 생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허리를 올바로 펴는 자세를 권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지나치게 뒤로 펴는 자세는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에 앞에서 언급한 김정한씨의 사례에 대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책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허리도 마친가지다.
아픈 사람뿐만 아니라, 건강한 허리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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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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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책 제목만으로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그 중에서도 물리책이다.




저자는 양자중력의 전문가이다.
그 중에서도 루프 양자중력, 이른바 '루프이론'이라고 불리는 이론을 만들어 낸 과학자이다.
저자와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시간'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할 수 있어 좋았었다.

이번 책은 '루프 양자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이론을 발견하기까지의 자신의 행적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20세기의 과학적 대혁명은 두 가지 중대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양자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를 훌륭하게 서술해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뿌리째 흔들었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힘을 명확히 설명하면서 시긴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두 이론이 세계를 서술하는 방식은 언뜻 보기에도 양립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너무 다르다.
마치 서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각 수립되었다.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이름만 들어본 수준이다.
모두 과학계에 끼친 영향이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이 둘의 이론이 완전히 상충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각각의 이론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특징일까?
무척 특이하다.

그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이며,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에는 그 공로를 함께 나누는 정직함과 관대함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학계에 있는 모두가 그러하듯, 나 역시도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아이디어들을 도둑맞은 적이 있었다.

정직함과 관대함.
이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존중받아야 할 가치이다.
창업분야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더 나은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도둑받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한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인문학계와 과학계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불신은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과학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에서는 과학을 여전히 '확립된 진리'로 여긴다.
따라서 과학은 필요에 따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고, 떠받들어야 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적 교본이라고 여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이 정신적 가치를 부인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기술만능주의의 기반이자 전문가달의 근시안적 오만의 터전이며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낸 두려움의 원천이라고 비난한다.

인문학계와 과학계의 대립은 '창조론'과 '진화론'의 그것과 같을 정도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 모두 올바른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편 입장에서 보면 틀린 주장이다.
그렇기에 이 둘의 화합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모두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정-반-합 논리처럼 이 둘의 논리적이고 합당한 반대를 통해 더 나은 이론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두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과학적인 문제일까 철학적인 문제일까?
나는 이것이 과학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과학이 공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과학이 두 관점 중 세상에 대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느 쪽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과학적 진술의 진리 문제의 핵심이 있다.

과학계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올바른 시각에 대한 기준이 '효율'이라면 과학적 문제가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이 '가치'나 '효용'이라면 철학적 문제가 될 것이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와 같은 것이 어디 이 문제뿐이겠는가?

'문화'를 만들고 기초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인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회는 더 이상 과학자들에게 '지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에 판매할 만한 제품이나 무기를 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장 그대로다.
이것이 지금 기초과학을 대하는 팩트이다.
지금 당장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기술과 제품은 탄탄한 기초과학 바탕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가 얼마나 방대하고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를 전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다.
그리고 바로 이 의심은 데카르트가 남긴 뿌리 깊은 유산이기도 하다.
과학을 신뢰해야 하는 이유는 과학이 확신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이다.
확신이 아닌 의심이야말로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의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과학적 사고이며, 결과물이 '현재'의 과학이다.
불확실성이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는 이유라는 말은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간중간에 설명하고 있는 과학에 대한 다양하고 전반적인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편협했던 과학에 대한 나의 시각이 이 책을 통해 바꿀 수 있었다.
기술의 진보와 같은 과학의 혜택을 누리고 살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못받고 있는 과학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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