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노션, 에버노트.
내가 매일 사용하는 몇 가지 앱들이다.
이 두 개의 앱은 나의 생활을 정말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 '제텔카스텐'은 이 앱 개발자들이 열광한 책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이 흠뻑 빠지게 만들었을까?


'제텔카스텐(ZETTEL KASTEN)'은 독일어로 '메모상자'란 뜻이다.
니클라스 루만의 엄청난 다작 비결이 바로 '메모상자'였다.
평상시 떠오르는 생각, 책의 문구를 간단히 메모하여 별도의 상자에 보관하였다.
상자의 메모들을 연결하여 생각을 확장시킨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 노트의 핵심이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쓰고, 모으고, 분류하여, 정리한 루만의 방법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것이다.

글쓰기는 연구나 학습, 학문에 부수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러한 글쓰기, 즉 일상 속 글쓰기, 메모하기, 초안 작업을 거의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글쓰기는 우리가 하는 작업에 필수적이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아무리 멋진 소설일지라도 그 시작은 하나의 문장이다.
위 글은 바로 이 '문장 하나'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대작을 한 번에 뚝딱하고 보여주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많은 작은 글이 모여 이뤄낸 것이다.

생산적이고 좋은 글쓰기는 좋은 메모법을 바탕으로 한다.
문서의 질과 문서 작성의 용이성은 여러분이 문서의 주제를 정하기 전에 글의 형태로 무엇을 해놓았느냐에 가장 많이 달려 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좋은 글에 대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좋은 주제를 생각하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글을 쓰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반대로 먼저 여러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잘 연결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니클라스 루만이 여러 권의 저서를 쓴 비결이다.

"물처럼 흐르는 마음"을 지니는 비결은 모든 사소한 일을 단기 기억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최종적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다음,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모두 그곳에 보관해 두고 그 일들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제텔카스텐을 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계속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기 기억을 비워주어야 한다.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외부 시스템, 그것이 바로 제텔카스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노트이다.

아이디어를 글로 옮겨적는 것이 멀리 돌아가는 더딘 과정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써 보지 않으면 우리가 읽은 것 대부분이 아무 효과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메모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기억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잠시 뒤에 무언가 꽤 중요한 것을 보았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안타까움을 여러번 느꼈다면 이젠 메모를 해야 할 때이다.

스마트 노트에 관심이 많아 여러가지 앱들을 사용해 보았다.
누군가 좋다고 하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을 쓰는 것이 맞다.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러분이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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