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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남아있는 나날들,
벌써 두달전에 읽었다.
사실 읽고 나서도 ...감이 안잡혔다.
이건 무언가?..하는 마음이 도처에 남았다.
영화로 먼저 보았다. 엠마 톰슨과 앤소니 홉킨스가 주연이었다.
느낌은 좋았다. 딱 이런 정도의 감정만 남아있다.
그 사이 세월이 많이 흘렀고, 무엇보다 감정은 이상하게도 결과만 남지 그 감정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마음의 여운, 번짐,뭐라 이름할 수 없는 무수한 작용반작용은, 사라진다 시간과 함께.
허긴 그 많은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내가 살아갈 수 있겠는가? 폭발하고 말겠지..'루시'를 보았을 때 장면이 기억난다. 루시가 우리 뇌의 90%이상을 활용하게 되었을때 해체되고 말았지..
뭐 그런 비슷한 현상까지는 아니더라도...기억이 너무 과대하게 빵빵해지면, 결국 해체되고 말지 않을까 싶은...
알맹이만 좇는 독서의 행태를, 그간 아무 성찰없이 받아들였다.
줄거리에 매몰되는 나의 독서행태.
단어와 문장이 주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복일까? 내가 해체되어 사라진다해도..꼭 그 단어여야만 하는 바로 그 정확성, 꼭 그 문장이어야만 하는 바로 그 정확성..
이 작품의 작가가 일본인이었다니.. 물론 그는 이미 일본인이 아닌 일본인일터인데.
그리고 또..생각난다.
한인섭 교수는, 어릴적부터 레미제라블을 한 500번은 읽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읽을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읽을때마다 또다른 감동을 받는다고.
나는 그의 독서법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 그와는 정확하게 반대의 독서법을 살고 있구나 싶다.
나에게 남아 있을 나날들이여,
자기방식대로 살아온 나날들이, 어느날...형편없이 느껴질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새로운 각오가 서기보다는, 회한과 슬픔만이 밀려온다면,...내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