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말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한다고.

그 말이, 아팠다. 마치 깊이에의 강요처럼.


한동안 정신병자처럼, 방황했다.

그래도 될 성싶었다. 깊이를 찾아야 했으므로.


하지만, 나는 여전히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로라처럼 한없이 가볍지만도 않다. 그러니까 요는, 내가 무척이나 어중간한 지점에, 나도 모르게 처박혀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가벼운 사람은, 깊이를 강요당했다고 해서 아프진 않기 때문이다.

나같이 어중이 떠중이만이, 모자란 것에 대해 안간힘을 쓰고 매달리는 법이니까.


그러다, 이 제목을 발견하였다.

아가사 크리스티라는 너무 유명하다못해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인간의 내면을 젊묘하게 포착했다는 딱지까지 턱하니 걸치고 나타난, 도대체 이 책이라니


결과적으로,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추리소설이라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아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저변에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만 신중하게 뒷표지를 찬찬히 읽어보고 생각했다면, 아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구나 하고 충분히 인식하였을 터인데, 건성으로 읽고 들어간 것이다. 


이쯤되니 내가 문장을 보는 방식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이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조앤의 결말이 나의 결말과 다를 바 없다는 자각에 도달했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오로지 단독으로 자신만을 대면해야 할때, 밀려들던 오만가지 자각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그랬냐는 듯,싹 사라지고 만다는 것,


인간의 생활은 생각보다 변하기 어렵고, 생각보다 고착적이고, 생각보다 요지부동이며,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봄에 없었던 것은,


바로 나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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