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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2013 노벨문학상 앨리스 먼로 단편선 - 전2권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감은 우울증은 아닌게 분명하다. 병에 이르지 않을 정도의 우울이라니, 컵으로 잴 수도 없고, 자로 잴 수도 없지만, 딱 그만큼의 양이란 게 있다.
그리고 사람은 태생적으로 우울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나로말할 것 같으면, 그런 사람이다.
아마도.
솔직히 앨리스 먼로가 백발 성성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한 모습의 책갈피는 호기심을 주진 않았다. 이미 캐나다의 또다른 여성작가 에트우트가 그런 비슷한 포즈로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책을 읽은 뒤이므로.
또한 노벨 상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그것 역시 새로운 유인책이 되기에는 강도가 이제는 약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에 열광하고 그로 인한 책소비의 동인이 되고 있는 것이, 한편으론 같잖게 여겨졌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을 터인데, 앨리스 먼로라는 이름에 한번쯤은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증이 이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노벨상..그래 노벨상이라는 단어에게로 그 지극히 속물적인 이끌림을 나로서도 거부할 수 없었던 거다. 진실은 이렇다. 간단하다. 인정하면, 쉽다.
하지만 최근 작은 뒤로 미루었다. 그래도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었다. 적어도 상을 받았으니 절로 호평을 할지도 모른다는 비굴함을 피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래서 나는 좀 예전에 나온 작품 두권을 골랐다.
먼 시절의 이야기다. 캐나다 어느 시골 혹은 소읍에 살고 있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의 고만고만한 이야기.
읽고 나서 던져버리면 또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멀어져갈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더욱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 보편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생이 어디 있을까? 70억의 인구 개개인 저마다 겹치지 않을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아, 그래 ..너도 그렇구나..나도 그럴테지..하는 말없는 공감의 어떤 지점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으로 분류될만큼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을.
어떤 이야기가 비극이라면, 그것은 사건 그 자체의 결말이 비극이라서라기보다, 그것이 너무나 나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존재의 허무, 일상의 비루함, 미래의 불확실성,....단절..뭐 그런 것이 이야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