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계가 싫다.

쌍차얘기를 앞에 앉은 동료와 하다 결론이 이렇게 나 버렸다.

자본은 마음이 없다.

그것은 무자비하며, 피도 눈물도 없다.


자본은 자본을 좇을 뿐, 그것이 언제 인간을 고려한 적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 세계가 잔혹하다는 데 몸서리가 쳐진다.

허나, 오늘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읽은 대로, "당신은 누구인가?"

그제 아침이었다. 이불속에 있는데, 옆방에서 아버지와 엄마가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세든이가 이번달 월세를 9만원 덜 넣었단다.

혹시 깎아 준 것이냐며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깎아 준 것은 아닌데 지난 달에 이어  또 그렇게 9만원이나 덜 넣었다며, 잠시 한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속에서 생각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으로 35년간 재직하시다가 김대중 정부 때, 교사 정년 단축으로 정년퇴임하셨다(!). 현명한 엄마는 넷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후 대비 투자였던 부동산에 올인 했다. 그래서 장만한 것이 지금의 집이다. 헌데, 돈이 고만고만하니 결국 후진 동네의 후진 가옥일 수밖에. 아래층은 상가로 세주고 이층에 산다는 정말로, 그 나이 연배의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노후를 위한 투자였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그런대로 아래 상가도 잘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가는 잘 안나가고 월세도 깎아줘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뉴타운 광풍이 몰아쳤다. 만약 뉴타운이 된다면 우리 부모님 같은 영세가옥주들은 모두 쫓겨날 판이었다. 

세입자들이 넣어주는 월세에 모든  삶이 달려있는 현재의 상황. 자식들은 스스로를 책임지기도 힘든 현실이니.....


인생의 모든 것을 스스로가 책임지는 것,

참으로 당연하고 그럴 듯해 보이는 말이다. 그러나 주어를 "내가'라고 갖다 붙인다면, 아니 더 나아가 '국민 스스로'라고 한다면, 이것을 과연 민주주의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조건 감당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진리로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부모님은 평생 사치와 낭비를 하신 적이 없다. 자식 넷을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키워 다 제 몫의 경제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노인들이 되었는데 여전히 내일을 걱정해야 한다면, 이건 도대체 어떤 인생인가?


우리부모의 삶이 이럴진대....홀로 사는 노인들과...더한 상황에 처한 분들은....말해서 무엇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각이 서지 않는다.

어떻게 남은 삶을 단도리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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