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를 다시 읽고 있다. 이 경우 '다시'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니까.
사실 어린 시절 읽었다는 책들에 대한 기억은, '인상'이기 일쑤다. 전체에 대한 편린이라는 뜻.
아무튼,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어인 덴마크어로 읽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니 결국 원작에 대한 이중번역인 셈. 해석까지 상세히 달린 것이라 오히려 읽기는 쉽지 않다. 원하면 해석은 그냥 뛰어 넘을 수 있어서, 내 경우 그렇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구절 한구절에 당시 시대배경, 그것이 통용되던 의미 등등 너무 시시콜콜 해석한 것이 성가시기까지 하였다.
눈의 여왕은, 제목부터 무언가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덴마크라는 나라의 지형이 워낙 북반부의 아주 북쪽에 있어서인지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법하지만. 삽화도 제법 묘하다. 순정만화의 일부같기도 한 그림에서 눈의 여왕은 눈부시게 젊은 미혼의 여성으로 보인다. 북극 눈의 나라에서 오로지 인물이라곤 그녀밖에 없는 것일까.
또 그녀는 눈의 여왕이란 명칭 외에 달리 이름이 없다. 그녀의 이름은 무엇일까.
왜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것일까?
카이를 두고 베수비오 화산과 같이 그녀의 '아궁이'들를 살펴보러 간 후 겔다가 도착하고,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힌 거울조각이 빠져 나간 후 다시 살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눈의 여왕은 아직 자신의 왕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카이를 구하러 온 겔다와의 극적인 대결도 없었다. 그저 이야기가 중간에 끝나버린 느낌이다. 두 아이는 이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소녀와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는데, 정작 주인공 중 하나인 눈의 여왕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눈의 여왕,
그녀가 궁금하다.
텅빈 자신의 왕궁에서 그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공기의 희박한 밀도, 공허...그것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