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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솔직히 좀 겁이 났다. 난 전작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작가의 작품 모두가 다 만족스러울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란 걸, 태생적으로 논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문득 깨달은 이후로 말이다.
커트 보네거트 역시 그럴 것이라는. 사실 타임스퀘어는 지루했다.
헌데 역시, 보네거트답다.
나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를 마더 나이트 만큼이나, 사랑하게 되었다. 재밌고, 눈물나고, 서글프다.
어쩌면 서글프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분 탓일 수도, 지금 나의 정서일 수도 있고,
어쨌든, 이미 60년대에 커트 보네거트는 세계의 부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돈이 어떻게 미국을 지배하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나는 엘리엇에 대해 생각한다.
그의 고귀한 유전자, 반항하는 유전자 그래서 고독한 유전자를 말이다.
그의 시도는 한낱 우스꽝스럽고 독특한 기행에 불과할지 모르지만,일찍이 톨스토이도 그런 길을 걸었더랬다.
모든 재산을 농노들에게 나누어준.
그가 삼신 할머니의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던 자각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는 돈의 위력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시스템이 되었다.우리는 그 시스템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해서, 나는 이 작은 소설이 서글프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런 느낌으로, 내 슬픔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