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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ㅣ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망설였다.
이런 식의 책들이 주는 편견 같은 게 있지 않은가. 재미는 더럽게 없고, 너무 계몽적이라는.
해서, 내가 이 책을 샀을 때 과연 끝까지 읽으려나 싶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힌다. 아마 판결문을 그대로 옮겨놓거나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해설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이 책의 중심은 열 세가지 사건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맞은 편 구룡마을이라 불리우는 비닐하우스촌, 남의 땅에 무단점거한 채 살고 있다고 수십년째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현대건설 사내 하청 종업원으로 들어가 정규직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그 반밖에 받지 못하다가 구조조정 칼바람에 제일 먼저 해고된 사람,아이가 유행가 가사를 따라 부른게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 걱정이 되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게 저작권법위반이라며 삭제된 사람,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허위사실 유포죄'라는 무시무시한 법에 걸려 100일이나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등등.
하나같이 억장이 무너질 만큼 말이 안되지만 주위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사건이다. 헌데 법원에서는 때로는 억장 무너지는 사람 편에서 때로는 이게 사람을 위한 법인가 싶을 정도로 몰인정하게 다룬다. 물론 여기 열 세편의 사건들은 모두 최종 승소한 사건이다. 다행이다.
때로는 분노하면서 때로는 감격에 겨워 구절구절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판사가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 물론 그 판사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이 사건들에서 결국 승소하도록 애쓴 변호사들일 터다.
이 책에 들어있는 열 세가지 사건들은 모두 기존의 법해석과 판례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승리한 사건들이다. 법은 그 특성상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법이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만인에게 공평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전제를 부정해 온 측면이 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나마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면, 그 법을 해석하여 적용하는 판사들에게서다. 또한 그 법을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의 편에서, 보다 정의의 편에서 보게 만드는 것은 변호사들이다.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우여곡절, 부당함, 분노들을 열 세편이라는 사건들로 나누어서 그 한편 한편의 맥락을 풀고 마침내 법을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풀었다.물론 판례평석 같이 어렵고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쉽게 에세이식으로 풀어썼다. 나 같이 법이라면 문턱에도 가 본 적 없는 사람도 술술 읽힌다. 솔직히 나는 이 열 세편의 사건 중에서 , 노회찬떡검사건이 제일 흥미진진했다. 자살한 장자연씨가 남겼다는 리스트에 조선일보의 방모 사장을 비롯하여 내가 한때 괜찮은 사람으로 여겼던 송 모 작곡가(한때 그는 작곡가 였음, 예전에 재밌게 본 그여자-송명길 주연의 미니시리즈였던 기억이 있음)도 포함되어 있어 경악했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읽었다. 진실은 늘 그렇게 드러나는 법이다.
호모레지스탕스-저항하는 인간이라는 제목에 비해서는 이 책 내용이 좀 온건한 편이다. 왜? 어쨌거나 법의 테두리안에서 저항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