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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서정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준다. 제목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선입견은 모든 감각과 지각이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인식 작용이며, 내가 사물 또는 세상과 맺는 관계이자 그를 이해하는 한 방식이다. 그것의 종착지는, 실망이거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열리는 경험이 아닐까.
미셀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그것은 한 남자(또는 여자)의 지루한 사랑의 연대기 정도이거나, 소설이라는 분류정보만 없었다면,인류의 사랑역사에 대한 심리학 또는 사회학적 연구서일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 제목만 보아서는 결코 선택되어질 수 없는 책들의 목록이 있기 마련이다.
<제5도살장>은,이 같은 책들의 목록에 있어야만 했다. 도살장이라는 살벌한 용어가 주는 섬뜩함에다 숫자의 결합이 주는 묘한 비인간적 선입견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의 마지막 에세이 <나라없는 사람>이 주었던 반골적 인상에다 C의 간단한 품평 "...그런 에스에프적 전개가 전혀 새로운게 아니라니까...악마와 마르카리타나 제5도살장에 이미 있잖아..어쩌구..." .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기억에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은, 혹은 맥락은 결과적으로 제5도살장을 읽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사는거지, 뭐(커트 보네거트 식)
이 소설은 한마디로 하면 유서깊은 독일의 도시 드레스덴이 연합군에게 엄청난 폭탄세례를 받던 바로 그 역사적 순간에 그곳에 있었던 빌리 필그램이라는 한 남자의 얄궂은 시간여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