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
"마음도 뇌의 작용일까? 아니면 또다른 어떤 것일까?"
지지난해 나의 애인은, 나를 집으로 바래다 주면서 느닷없이 그런 질문을 하였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당혹하기 일쑤인 나는, 역시 머뭇거린다. 머릿속으론, 이런 질문을 한 저의를 궁리해 본다.정말 몰라서 물은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대답을 이미 정해두고, 그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일까?
나는 그가, 물은 것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토론을 시도한 그의 기대를 짓밟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늘 머릿속의 어떤 저울질로 어긋나기 마련일까? 나는 늘 그에게 잘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허튼 대답을 하기보단, 침묵을 선호했다.
지나고 보면, 허튼 대답이 침묵보다는,사랑의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더 나았을 것이라 반성한다.
나의 애인의 질문과, 그리고 이어지는 내 반응들에 대한 기억이, 어딘가에 묻히지 않고, 늘 나를 맴돌고 있었나보다. 결국 나는,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혹은 마음의 정체에 대해, 무시하고 넘어가지 못한다. 나는 늘 나의 애인과 관계된 것에, 민감하다. 나는 내 애인에게 인생을, 걸었던가? 책을 찾아보았다. 스티브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그렇게 하여 내 수중에 들어왔다. 행운이었다.
우리 종족에 대해서, 이 책을 만나기 전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참 방대하기도 하고, 전문적이기도 하여라. 860쪽에 이르기 위해, 몇 날을 보냈는지. 역시 나는, 난독증이 틀림없어하면서. 처음 100여쪽은, 잘 따라잡지 못했다. 읽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런 식의 지식이 처음이었던 까닭인가? 하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이다. 마음은 일종의 모듈이며 뇌의 적응체계라는 것이다.
다음에 다시 정식의 독후감을 쓰기로 하자. 지금은 일할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