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나무 민음의 시 135
박찬일 지음 / 민음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일이다. 요즘 들어 부쩍 여자냐 남자냐가 중요해졌다. 아니 중요해졌다기보다 오히려 민감해졌다는 말이 맞을 게다.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란 영화에 대해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비판을 각오하고 감히 말하자면, 여자들은 대개 ‘불쾌했다’는 쪽이었고 남자들은 ‘괜찮았다’ 는 반응이었다. 여자들은 아무리 지고지순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된 여성을 강간한다는 설정은 그리 보기 편한 내용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나 역시 여자 감독이었다면 좀 다르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6월 14일 수요일 박찬일 시집 ‘모자나무’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유는, 모 일간지의 기사 때문이었다. 시집에 대해 ‘오랜만에 만난 남성적인 시다, 화려한 수사나 요사스런 표현 따위는 없다’고 기자는 거침없이 평가한다. 이 정도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시대에 남성적이라고 말하여지는 시는 과연 어떤 시인가. ‘화려한 수사나 요사스런 표현 따위’가 남성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변별 기준인가. 죽음과 삶 또는 고통에 대한 성찰의 유무인가. 시집을 놓았을 때,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더욱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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