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사랑하기
빌헬름 게나찌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늘 그렇듯이 살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이다.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비극이다. 짧은 여름휴가 동안 바다에 있으면서 동시에 산에 있을 수 없으며, 자동차를 타는 동시에 기차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황은 점심메뉴로 김치찌개냐 스파게티를 먹느냐 하는 것만큼 절실하지만 선택의 뒤에는 늘 후회와 갈망이 남는다. 버려진 나머지 것의 가치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동일한 순간에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면 세상 근심의 절반은 해결될 터이다.

이야기는 양다리 걸친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세상의 종말론을 강의하는 것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주인공은 이제 살만큼 살았고 연애의 감미로움과 외도의 아슬아슬한 짜릿함을 추구할 나이도 지났다. 이제 좀 질서있는 인생을 살아야 할 때인 것이다. 잔드라와 유디트! 둘 중 어느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결정해야 하는데, 주인공은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자상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고 생활력도 강한 잔드라. 그러나 그녀는 예술적 감수성과 교양이 부족하다. 반면 지적이고 예술 감각이 뛰어난 유디트, 불행하게도 그녀는 자주 우울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기를 선호한다. 주인공은 엄마와 아빠 중 한사람만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변명한다. 그냥 이대로 잔드라와 유디트를 오가며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빌헤름 게나지노의 ‘두여자 사랑하기’의 원제는 ‘사랑의 미혹’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양다리 걸친 남자가 겪는 심리적 윤리적 갈등기이도 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조직화되고 질서 정연한 세상에 대한 힐난이다. 늘 ‘세일’이라는 미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고, 도처에 사회 부적응자만을 길러내는 이 세계 자체가 부조화이고 부조리인데, 두 여자를 오간다고 해서 무어 그리 잘못일까.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내용은 철학적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나 사변적인 읽을거리를 원하는 독자 모두를 다 만족시키기엔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독서의 계절을 시작하는 첫 스타트로는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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