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도둑을 쳐다보지 마세요
이사벨 코프만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인터넷 블로그가 무엇일까? 최근엔 홈페이지보다 블로그가 대세라는데,그걸 모르면, 요즘 살아남기 힘들다고까지 하던데. 하지만 인터넷에 글 따위나 남기는 그런, 자기과시형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인지, 나는 어느새 알라딘 서재에 나의 블로그-지금도 이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일기장인지,낙서장인지, 독서감상문을 인터넷에 옮겨 놓은 것인지-를 가지고 가끔이지만 독후감을 쓰고 있다. 누가 이런 글을 읽기나 하겠는가? 무언가 쓰고 싶을 때가 있지만, 쓸 것도 없고, 쓸 재주도 없고, 그냥 읽은 책에 대해 한마디 평이나 해두자는 심산에서 시작하였다. 혹시 쓰다보면, 글실력이 좀 늘지나 않을까하는, 뻔뻔한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읽은 책을 다 쓰기에는, 내가 너무 게으르다. 생각의 속도를 손이 제대로 따라잡지도 못한다. 몸은 늘 뒤처진다. 길을 걷다가 내가 보기에도 그럴듯한 생각들이 솟구칠 때가 있지만, 그 때를 지나면,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한때는 보이스리코더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삐삐가 지배하던 시절, 우연히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내가 아는 나의 목소리와 너무 달라, 소스라치게 놀랐다.  참으로 좋은 책인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과 타인에게 어떻게 들리는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읽지 않았다면, 나자신의 목소리를 혐오했을 것이다.

서재에 독후감을 남기면서, 생각한다. 나는 왜 자꾸 이런 짓을 하는가? 읽으면서 즐거우면 그만이지, 왜 기록으로 남겨두려 하는 것일까?

나 역시, 나 여기 있어요 하는 식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어렵게 인정해야 했다. 문장력을 높이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기억하고 싶고, 좋은 글을 쓴 작가를 칭찬하고 싶고, 뭐 그런 이유들은, 사실 부차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정작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최고의 목적아니었을까?

지나가는 도둑은 쳐다보면 아니 된다. 그는 나의 이런 마음조차도 다 훔쳐갈 것이다. 내가 읽은 책과, 내가 게을러서 미처 기록해 두지 않은 생각들을, 그는 순식간에 낚아 채 갈 것이다. 내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이 고스란히 사라지더라도, 나는 그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왜 이 도둑은,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의 기억을 훔쳐서 무얼 하려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책을 읽을 잠재적 독자를 위해 언급하지 않겠다.

새롭고 반짝이는 소재이긴 한데, 줄거리가 기대만큼 영글지는 못한 느낌이다. 한겨레21에서 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가서 읽어보기로 한 책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왠일인지 토마스 만이 생각났다. 이럴수가!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평생 고민했던, 그가 생각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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